[CBC뉴스]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곳에도 그 나름의 역사가 살아있다. 간혹 우리가 몇 년만에 고향에 방문했을 때 어느 골목이나 상가를 지나칠 때면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때론 ‘장소’는 단순히 공간이라는 개념을 넘어서기도 한다.
나에게 혹은 타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공간인 그 장소들은 찾는 이로 하여금 문화적 정체성을 느끼고 의식적인 애착을 갖게 한다.
우리가 수용한 근대의 문화유산이 녹여든 장소를 방문할 때면 그곳이 지닌 다채로운 근대의 스펙트럼과 역사적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도서출판몰 다산몰(www.dasanmall.co.kr)에서 추천하는 책 ‘근대를 산책하다(다산초당)’는 우리 주변의 문화유산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 150년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인문학자 김종록은 그동안 ‘중앙SUNDAY’의 인기 칼럼 ‘사색이 머무는 공간’에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연재한 취재기사를 보완해 한권의 책을 완성했다.
저자는 교과서에 나오는, 그러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적 장소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를 감행했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공간 36곳을 통해 근대 역사의 흔적을 찾아나섰다.
우리가 당연한 듯 마주치는 장소들이 사실 근현대사가 녹아 있는 문화유산이라면? 알고 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장소 속에 역사 속 인물의 숨결과 사건의 자취가 숨겨져 있다. ‘근대를 산책하다’는 그 자취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하지만 결코 부담스러운 여행이 아니다. 우리가 자주 지나쳐온 친숙한 장소들을 마치 산책하듯 가볍게 돌아볼 수 있게끔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근현대사의 흐름을 파악하기 쉽도록 교육‧문화, 종교, 정치‧외교‧금융, 시설, 생활 등 총 5장으로 구성이 됐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국 근현대사의 창 서울역, 이상의‘날개’에 나오는 보랏빛 스펙트럼 신세계백화점, 개화기 신문로의 통로였던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 웨스틴조선호텔, 인권 신장과 민주화를 이끈 한국의 바티칸 명동대성당, 대학민국 의료의 표준이 세워진 서울대학병원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해온 장소들을 테마별로 소개한다.
대한민국 전야의 풍경을 더듬어볼 수 있는 ‘정동 배재학당’, 한국 여성 신교육의 발상지이자 여성 지도자의 산실 ‘이화학당’, 율곡‧다산‧추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조선왕조 최고의 교육기관 ‘성균관’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사를 엿볼 수 있다.
최초의 서점 회동서관의 맥을 잇는 도심 속 지식의 오아시스 ‘교보문고’와 우리 문화 콘텐츠의 자산을 쌓아온 ‘한국고전번역원’, 일제와 맞선 1만 3천부의 힘 ‘매일신보사 터’, 대한민국의 지식수도 ‘국립중앙도서관’, 우리나라 방송의 현대화 출발점인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등을 통해서 근대사의 문화적 스펙트럼을 한눈에 보여준다.
각 장소들에 새겨진 역사적 사실과 숨은 에피소드가 풍부한 사진자료와 함께 어우러져 학생과 교사,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이렇듯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근대의 현장을 따라가다 보면 그곳에서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보인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책장을 덮었다면 이제 책에서 소개한 장소들을 직접 가봐도 좋겠다.
좋은 책의 발견-북스커버리 CBC뉴스 유수환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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