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유수환 기자] 검찰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의 기사를 번역한 뉴스프로 번역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애초 산케이신문 기사의 출저로 지목됐던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해당 기자를 참고인 조사만 했을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반해 기사를 번역했다는 이유만으로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과잉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앞서 검찰은 19일 오후 뉴스프로의 번역가 전모 씨의 자택으로 찾아와 가택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전 씨의 노트북을 압수했으며, 전 씨에 대해선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참고인 조사와 참고인 진술조사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뉴스프로는 ‘박근혜, 뉴스프로에 칼 빼들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뉴스프로는 주로 외신을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하는 번역 전문 매체인데도 불구하고 기사 생산자가 아닌 뉴스프로의 번역자를 범죄시하는 것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토 지국장에 이어 뉴스프로 기자에까지 수사를 확대하면서도 이 소문의 근원지인 조선일보에 대한 어떠한 법적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또한 산케이신문의 기사를 맨 먼저 국내에 소개한 조갑제 씨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도 정부가 이중적 잣대로 이번 사건을 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프로 운영진으로 미국에 거주 중인 이하로 기자는 21일 미디어오늘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정권의 의지가 반영된 수사”라며 “더군다나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발언한 이후 신속하게 진행된 것으로 본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는 언론이 대통령을 모독했다고 해서 수사를 받는 경우는 상상할 수도 없다. 이런 일은 18세기에나 일어났던 일로 소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을 ‘선동법’이라는 것으로 처벌했으나 이후 1801년에 폐지됐다. 미국은 수정헌법 2조를 통해 언론 자유를 무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행정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일어나는 모든 일은 국민의 알권리 영역에 해당된다. 특히 논란이 되는 7시간은 다른 시간도 아닌 300명이 넘는 국민이 살라달라고 아우성치며 바다 속으로 수장되고 있던 시간이었다. 당연히 밝혀져야 한다. 대통령이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정도가 아니라 시간당 분당 기록이 나와야 하고, 그 시간 대통령이 죽어가는 국민을 구하기 위해 어떤 지시를 내렸고 무엇을 했는지가 꼭 밝혀져야 한다”며 “만약 미국이라면 청문회가 열리고 탄핵감”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논평을 통해 검찰의 뉴스프로 압수수색에 대해 “21세기 글로벌시대에 외신을 번역했다고 해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며 마치 조선 말기 대원군 시절 쇄국정책을 연상시킬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현 새정치연합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미 박근혜 정권 출범 후 우리나라의 언론자유 지수는 수직 하락한 것이 사실인데 아마도 이 사건을 계기로 더 추락할 것이 분명하다”고 힐난했다.
한편,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행적과 관련해 풍문을 가장 먼저 제기한 곳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 최모 기자는 7월 18일자 기명 칼럼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에서 증권가 정보지 등을 출처로 "세간에는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모처에서 비선(秘線)과 함께 있었다'는 루머가 만들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는 "관련 의문 속 인물인 (박 대통령의 전 측근) 정윤회 씨의 이혼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해졌다"며 최초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산케이 신문은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가토 타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이 기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16일 7시간 가량 박 대통령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한국에서는 사생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정부는 곧바로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극우단체가 발빠르게 산케이신문을 고발함에 따라 검찰의 소환 조사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