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유수환 기자] 검찰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의혹’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명예훼손’ 혐의는 당사자가 처벌을 원해야 기소되는 것이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산케이신문에 대한 처벌을 원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정치권력이 타국의 언론사에 이 같은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점에 있어서 ‘사라진 7시간’에 대한 보도가 박근혜 정부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일본 정부와 언론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9일 오전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산케이신문 서울지사 가토 지국장 기소에 대한 검찰의 기소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제사회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권적인 자세와 대통령 의향에 충실한 한국 검찰의 체질을 보여줬다”며 박 대통령과 검찰을 동시에 비난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한국은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출국을 얼마나 금지시킬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가토 전 지국장의 출국금지가 여섯 번이나 연장되고 있는 이례적인 일들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인권과 언론에 대한 자유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리 중의 하나인 이동의 자유까지 침해를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도 공개서한을 통해 “특정 기사와 관련해 진행된 이번 수사 과정과 이번 기소 결정 등이 대한민국 언론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이번 사안은 허위사실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의 문제일 뿐 한일 외교나 언론 자유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종된 7시간 의혹을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은 모순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검찰은 지난달 5일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행적’에 대해 최초 의혹을 제기했던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를 서면조사했으나 그에 대한 법적 제재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는 7월18일자 기명 칼럼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에서 증권가 정보지 등을 출처로 “세간에는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모처에서 비선(秘線)과 함께 있었다'는 루머가 만들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는 “관련 의문 속 인물인 (박 대통령의 전 측근) 정윤회 씨의 이혼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해졌다”며 최초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산케이신문은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같은 산케이신문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발끈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은 곧바로 가토 타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소환 조치했으며, 해당 기사의 내용을 번역한 뉴스프로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에 산케이신문 측은 “청와대가 문제 삼는 대목은 조선일보 칼럼을 인용한 것인데,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구두경고만 하고 산케이는 검찰 출석까지 시켜 내외신을 차별한다”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