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유수환 기자] 가수 신해철 씨가 지난달 27일 세상을 떠나며 많은 이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이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과 해당 병원 측은 의료과실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향후 법적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해철의 사망의 원인을 두고 의료 사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 본다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명확한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근본적으로 한국의 의료는 90% 이상이 민간병원으로 이뤄진 시스템이다. 그로 인해 진료에 대한 시스템이 체계화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가 자신의 병력에 대한 정보 파악이 부족한 상태에서 언론이나 광고 등에 많이 노출된 병원을 이용하게 된다.
고인이 된 신해철 씨 역시 해당 병원을 가게 된 계기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평소 자신의 개인 병력을 정기적으로 상의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주치의가 부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유럽과 같은 전 국민 주치의제도를 도입했다면 의료 과실 사고는 지금보다 감소했을 것이다.
주치의 제도가 도입된 유럽의 경우 진료와 예방을 중시한다. 한국의 경우는 막상 병이 생기고 난 뒤에 치료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럴 경우 과도한 의료비 부담과 과실 사고가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한국의 의료체계는 ‘시간’을 너무 중요시한다. 환자가 병원에 찾아갈 경우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타국에 비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진료시간이 너무 짧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아무리 명의라도 개개인이 갖고 있는 신체의 특성과 과거 병력 등을 2~3분의 시간을 통해 파악하긴 힘들다. 진료를 위한 동네의원들도 있지만 접근성만 있을 뿐 사실상 일반병원과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며 자신의 질환에 대해 체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게다가 진단을 위해 고가의 검진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어 과잉진료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점에서 많은 의료 전문가가 “주치의제도의 도입과 같은 1차 의료에 강화를 위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전국민 주치의제도’는 김대중 정부 당시부터 논의해 왔던 내용이다. 애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의료계와 연구를 진행해 왔으나 ‘의약분업’ 사태가 터지면서 수면 아래로 들어가 버렸다.
민주노동당이 2007년 대선 당시 주치의제도를 정책 방안으로 내세웠지만 공론화되지 못했다.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일하는 사람들의 무상의료 공화국’ 정책을 발표하고, 무상의료와 주치의 제도 도입을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꾸준히 ‘주치의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해왔고, 이런 노력은 정치권에서도 조금씩 나오고 시작했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총선에서 야권연대 정책 협약을 통해 ‘주치의제도 도입’을 거론한 바 있으며, 심상정 정의당 의원 역시 ‘1차 의료체계를 바꿀 국민주치의제도’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의료정책 전문가들은 주치의제도 도입과 관련해 의료 불평등 완화 및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재호 가톨릭대 교수는 각종 토론회와 칼럼을 통해 “OECD 선진국 거의 모두 주치의제도를 적극 도입해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과도한 의료서비스를 막아 보험급여 재정 안정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또 병원 간 지나친 경쟁에 따른 과잉진료를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다만 시행에 대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주치의제도는 의료계의 동의 없이 정부의 일방적 가이드라인으로 이뤄질 수 없는 제도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대한가정의학회와 함께 주치의제도 도입 논의를 추진했으나 의사협회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게다가 주치의제도의 고착화를 위해서는 의료시스템의 공공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 점에서 공공병원에 대한 비중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