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국기문란 발언 논란 |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정윤회(59) 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내용을 담은 청와대 내부 보고서 유출에 대해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청와대에는 국정과 관련된 여러 사항뿐 아니라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루머와 각종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만약 그런 사항들을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외부로 유출시킨다면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고 사회에 갈등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런 공직기강의 문란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라며 “이 문서 유출을 누가 어떤 의도로 해 이렇게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지에 대해 조속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만만회’(박지만·이재만·정윤회를 지칭한 용어)를 비롯해 근거 없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로 국민이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해당 문건을 ‘찌라시’에 불과하다며 폄훼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국기문란’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과민반응에 불과하다. ‘찌라시’ 유출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있겠냐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논란에 중심에 있는 정윤회 씨는 박 대통령과 밀접한 인연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한 의혹에도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진상 규명과 해명보다는 문건 유출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민의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은 하나도 없이 문건 진위와 유출에 대해서만 철저히 검찰 수사하라고 앵무새처럼 언급한 것으로, 이 사태의 본질을 물타기, 호도하는 것”이라며 “늘 그랬듯 검찰수사의 가이드라인만을 명확히 제시한 것으로 국민의 의혹을 풀기에는 한참 모자르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제남 원내대변인 역시 “달을 가르키니 손가락만 바라보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며 “이제는 청와대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조차 박 대통령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풀고 있다”고 힐난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임에도 대통령의 인식이 이 정도 수준에 멈춰 있는 것이야말로 국정 위기라는 정황 증거가 아닌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과거 남북정상회담 유출에 대해서는 ‘국민의 알권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외교적으로 큰 논란이 될 수 있는 NLL 관련 내용을 담은 문건은 ‘알 권리’라고 했으면서 청와대 내부 의혹과 관련한 문건에 대해 ‘국기문란’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기모순에 불과하다.
한겨레 곽병찬 대기자는 1일 칼럼을 통해 ‘국민을 원숭이 취급하는 겁니까?’라며 박 대통령의 이율배반적 태도를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