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개표 기준인 33.3%를 넘지 못함에 따라 향후 정국이 후폭풍에 직면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장직 연계 선언으로 말미암아 이번 선거가 정책투표의 성격보다는 정치적 성격으로 변화하면서 정국의 대형 이슈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 시장의 사퇴 여부에 따라오는 10월 재보선이 시행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은 예상치 못한 대형 정치 이벤트 속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내년 4월과 12월로 맞춰져 있는 정치권의 권력 재편 시간표에 변화를 가져와, 대선 주자들의 조기 가시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정국이 급속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치명상을 입은 것은 시장직 사퇴에 직면한 오세훈 시장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여당 또한 선거 책임론 등 선거 결과에 따른 민심 풍향계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여권 입장에선 정국을 곤경에 빠뜨린 원인 제공자는 오 시장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꼬인 실타래를 풀고 민심을 안고 해쳐나가야 할 당사자는 여권 전체이기 때문이다.
당장 낮은 투표율에 대한 중앙당의 미온적 지원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7·4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홍준표 대표의 입장에선 비록 주민투표이긴 하나 '선거 패배'라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홍준표 대표 등 중앙당 지도부가 선거 막바지 투표 독려를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주민투표법의 한계를 이유로 사실상 서울시당 차원의 선거로 의미를 축소하는 등 출구전략에 신경을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홍 대표는 이날 오후 투표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자 "민주당이 힘껏 반대하는 상황 속에서 25% 투표율을 넘으면 내년 총선에서 청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하는 등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면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번 선거에서 뒷짐 지고 있는 모습을 보인 친박계 역시 당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을 보듬어야 할 박근혜 전 대표가 이번 주민 투표 과정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영향이 청와대로 직접 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나라당이 친박계를 중심으로 오 시장 지원에 뜨뜻미지근할 때 청와대가 상대적으로 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여권은 주민 투표 이후 정국 혼란 등으로 정국 주도권을 잃어버리면서 청와대의 레임덕까지 가속화되는 이른바 '더블 딥' 수렁에 빠질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 주민투표 거부운동을 주도해온 야권 입장에선 이번 선거 결과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복지 정책의 이슈를 선점해온 민주당 등 야당은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민심이 확인된 만큼 '복지 프레임'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야권 통합의 움직임도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이번 주민투표를 승리로 이끈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의 활동에서 나타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의 힘이 다시 한번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한편 오세훈 시장의 시장직 사퇴 시기 여부를 놓고도 여야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정치공방이 예상된다.?
오 시장이 9월 30일 이전에 사퇴하면 오는 10월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고, 그 이후 사퇴하면 내년 4월 총선에서 함께 선거가 진행된다.
야당은 주민 투표가 종료되자마자 내놓은 논평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지만, 여당은 오 시장의 사퇴는 서울시민의 뜻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CBC뉴스 김기철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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