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주필, 과거 발언 주목 … "김대중도 연평해전 때 축구봤지만 탄핵당하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언론의 단독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인터넷 팟캐스트 정규재TV에 출연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정규재TV는 보수 논객으로 잘 알려진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이 운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규재TV를 통해 현 시국에 대한 본질적인 입장을 내놓기보다 일종의 가십성 질문들에 코웃음을 치며 사실무근이라 부인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박영수 특검팀이 수사에 주력하고 있는 제3자뇌물죄 여부는 언급이 없었고,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 해명은커녕 여성비하 의식이 깔려있다는 본질을 무시한 '동문서답'식의 답변으로 응수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최순실은 박영수 특검팀에 도착해 고성을 지르면서 자신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10월 31일 검찰에 소환된 뒤 국민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며 납작 엎드린 모습과 180도 달라진 태도로 응수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정규재TV를 통해 대국민담화의 내용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항간에는 둘이 입을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정규재TV를 운영하고 있는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에 대한 관심도 폭증하고 있다. 정규재TV는 한국경제가 지원하는 인터넷 팟캐스트로 지난 2012년부터 운영 중이다. 2015년부터 정규재TV를 정규재뉴스체제로 개편해 매일 오후 7시 라이브뉴스로 선보이고 있다. 정규재TV 동시접속자 수는 5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때 유료화를 시행했지만 지금은 무료로 돌아왔다.
정규재 주필은 1957년 부산 생으로 고려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 재무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경제에 입사한 뒤 한국경제 편집국 경제부 부장, 편집국 부국장, 한국경제 경제교육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2011년 논설위원실 실장을 맡았고 2015년 3월부터 주필로 활약 중이다. 이밖에 금융투자협회 공익이사, 고용노동부 정책자문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공정경제분과 위원 등을 겸하고 있다. 1991년부터 주식 관련 서적과 경제 관련 서적도 꾸준히 내고 있다.
정규재 주필은 2000년대부터 MBC 100분 토론 등 각종 시사프로그램에 패널로 단골 출연했다. tvN의 '백지연 끝장토론'에 나와선 무상복지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다산로스쿨'이라는 법학전문대학원 입시학원을 운영한 적이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들어서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공정경제분과위원으로 위촉됐다. 2015년 11월에는 국민경제자문회의 균형경제분과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정규재 주필은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에 입각했다. 철저하게 자유시장경제를 대변하면서 반시장주의를 요구하는 386세대를 '강남 좌파'라 비난하고 있다. 관료주의와 중우정치를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판검사로 대표되는 법조인의 권력남용에 혹독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기자 활동하면서 검사가 피의자 성추행하는 걸 직접 보기도 했다"며 "판사는 법정 안에서는 소위 꼬마 독재자다. 비슷한 직업들 중에서 아주 쓰레기다"고 말하는 등 일부 문제 법조인들을 격한 수위로 비난했다.
대북정책에 있어선 대북유화노선이나 실용주의노선이 모두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대화록 논란이 일자 "노무현은 NLL을 포기하지 않고 자진상납했다"는 극단적 수위의 발언을 해 친노 측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대외관계는 반중친미노선이며 그의 역사관은 진보 진영으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정규재 주필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지지하면서 "1937년까지 계속된 만동묘(명나라 황제의 제사를 지내는 곳)제사와 1920년대에 향교에서 근대교육을 할 수 없어 학생들을 내쫓은 사건만 보더라도 조선은 탈레반이나 북한처럼 정신과 물질이 모두 궁벽한 나라였다"며 "식민지 근대화가 아니면 근대화를 할 방법이 없었다"는 요지의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군국주의와 나치의 전체주의적인 사상과 이념은 비판하고 있다.
특히 방송 패널로 출연해 마치 박근혜 대통령은 뭔가 열심히 해보려고 하나 야당이 안 도와준다는 뉘앙스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20대 총선 이후 박근혜 정부를 심판한 국민의 투표 결과가 정치 혼란의 결과라 평해 일각에서는 '내로남불'식의 해석이란 촌평이다.
정규재 주필을 비판하는 이들은 그가 색깔론과 함께 자신의 이념을 설파하는 글을 써 선동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내용을 발췌요약 한다는 명분으로 편집을 해서 자신의 주장에 맞게 짜깁기한다는 비판도 적잖다.
실제 지난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의 저서 '위대한 탈출'이 왜곡날조 논란으로 들끓었다. 디턴의 연구결과인 '불평등이 성장을 촉진시킨다'를 정반대 방향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규재 주필은 되레 좌익들이 디턴을 왜곡하고 조작했다고 강변했다.
이밖에 삼성물산 사외이사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재임했음에도 불구, 본인은 정작 사외이사 제도의 거수기화를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사기 또는 위증 범죄의 건수를 예시로 들어 일본에 비해 한국이 지나치게 거짓말을 잘하는 국민성을 가졌다는 주장과 자유시장경제의 강조 차원에서 어느 상황이든지 자유시장경제를 '만병통치약'으로 올리는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에는 박근혜 탄핵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생방송 일요토론에서 "김대중도 연평 해전 때 축구 관람하고 있었지만 탄핵당하지 않았다. 그건 별개의 문제"라는 주장을 해 현 정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는 박정희 기념재단 임원진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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