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 2014년 7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다국적 IT기업 오라클의 국내 법인인 한국오라클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조세 회피 혐의를 포착해 법인세 3147억 원을 부과했다.
오라클은 애초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을 미국 본사에 소프트웨어 사용료로 지급하면서 한·미 조세협약에 따라 사용료의 15%를 세금으로 자진 납부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부터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아일랜드에 설립한 법인으로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국내에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한·아일랜드 조세조약에 따르면 한국오라클이 아일랜드 지사로 지급한 사용료 수익에 대한 세금을 한국에 따로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라클과 유사한 방식으로 조세 회피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코리아 등에 대해 국세청이 조사에 착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다국적기업들은 각 나라의 세금부과능력에 따라 임시사업장을 국내에 설립한 뒤 세금을 내야할 때쯤에는 없어지는 방법을 주로 써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 나라의 국세청이 공조하자 아예 두 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고 제3국에 소득을 유보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법인세율이 30%대, 한국의 법인세율은 20%대일 때, 두 나라 중 한 나라로 세금을 납부하면 그 소득과 납부세액은 상대 국가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교묘하게 두 나라와 조세협약을 체결한 제3국 조세피난처의 0% 세율을 찾아 세금 없이 송금 처리를 해 그 나라에 이익을 남겨 결국 실제 이익을 본 국가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다.
대다수의 다국적기업이 조세 회피 의혹이 불거졌을 때 '그 나라의 법과 규정에 따라 성실히 납세한다'라고 말하면서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 그 나라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그 나라에 낸다'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조세 회피에 대해 국내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일부 대기업의 기업주가 해외투자 시 제3국에 투자이익을 유보시켜 사적으로 해외부동산을 구입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를 찾을 수 있다. 미국 등에 국내에서 정식으로 송금한 사실이 없는데도 후계자들이 유학이나 체류과정에서 호화별장 등 고급부동산에서 풍요로운 현지생활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세제에는 이전가격세제, 국제거래에 대한 자료제출 의무, 경과세국 합산과세제도 등 다양한 세제가 있지만 결국은 국세청 조사국직원이 조세피난처 국가를 판정하고 제3국 유보소득을 찾아내는 것이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를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만약,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 최순실 씨에게 430억대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혐의 입증을 위한 핵심 쟁점인 '특혜성 승마 지원' 사건이 세무조사로 이어진다면,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국내세법을 적용시켜 탈세로 이어지는 추징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국세청은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행태에 한발 앞서 관리·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국제적 역량을 키워나가 국부유출을 방지하는데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길 기대한다.
<박영범의 알세달세>
ㆍ현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ㆍ국세청 32년 근무, 국세청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 2, 3, 4국 16년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