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뭘 하는지 공책이 늘 비어 있지 않으면 낙서로 가득 차있습니다. 평소에도 글쓰기를 싫어하는 것 같구요“
<한겨레신문>의 학습 상담 칼럼을 통해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의 어머니가 보내온 질문 내용이다. 아마도 아이가 노트 필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노트 필기는 학교 공부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유지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아이가 노트 필기를 잘 하지 않을 때는 먼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수업이 재미없으면 당연히 노트 필기가 잘 안 된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시청각 자료와 같이 다양한 자극이 많거나 아니면 선생님이 개그맨 흉내를 내면서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한다면 수업에 흥미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수업을 하면서 시청각 자료만 쓸 수도 없고, 수업시간 전체를 오락 프로그램처럼 진행할 수도 없기 때문에, 노트 필기는 학생 입장에서는 지루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노력의 일부분이다.
노트 필기를 잘 못하는 아이 중에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수업이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노트 필기를 하지 않는 것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부모가 평소에 아이의 과목별 진도를 살펴보면서 공부한 내용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글쓰기를 근본적으로 싫어하는 경우에도 노트 필기를 잘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는 아이에게 왜 노트 필기를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가 노트 필기를 어려워한다면, 우선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한 중요한 내용에 밑줄을 긋게 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부모와 함께 밑줄이 쳐진 내용을 노트에 요약해서 옮겨 적게 하면 된다.
간혹 아이가 맞춤법을 잘 모르거나 글씨를 반듯하게 쓰지 못해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야단을 많이 맞는 경우에도 노트 필기를 싫어할 수 있다. 이런 아이에게는 집에서 받아쓰기 연습을 통해 철자법을 익히도록 하되, 틀렸다고 야단을 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이밖에도, 아이가 여러 가지 잡념이 많아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노트 필기를 잘 못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아이가 어떤 일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지를 잘 살펴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노트 필기를 잘 하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주는 것이다.
김만권 연우심리개발원 대표(심리학 박사)
[성질대로 공부해라!]의 저자 김만권 연우심리개발원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심리학 공인 임상심리 전문가이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연구강사, 한국학교심리학회 회장,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명지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주임교수,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및 상담위원 등을 역임했다. 논문으로 <학습유형에 따른 진로 성숙도와 진로흥미>, <진로상담 전문가 활용가이드>, <학교성적 끌어올리기>등 다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