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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에세이] 키 큰 나무에 기대 얻을 수 있는 행복

‘나무 위를 걷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식 자격증도 가진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4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정식 명칭은 ‘아보리스트’(Arborist)입니다. 우리말로 수목관리사라고도 합니다.

자격증은 산림청에서 인가한 ‘사단법인 한국아보리스트협회’가 진행하는 교육을 이수한 뒤 엄격한 시험을 거쳐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보리스트는 취미로 나무를 타는 게 아닙니다. 크고 높은 나무에 올라 수목 관리나 특수한 목적을 위한 작업 등을 하는 전문가입니다.

수십 미터까지 자라는 수목이 많은 캐나다, 미국 등에서 전문직으로 높은 대우를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국립수목원과 국유림 등의 관리자들이 아보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노거수나 보호수를 관리합니다. 때로는 제거해야 할 나무를 주변에 피해없이 솎아내기도 합니다. 

이런 나무는 고가사다리 장비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깊은 숲속에 있습니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수십 미터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렇게 오르는 일을 트리 크라이밍이라고 합니다. 암벽 등반가와 비슷한 하네스 등의 장비를 착용하고 나무를 오릅니다. 대부분 3명이 1팀으로 나머지 2명은 나무 아래서 기계톱 등을 올려주는 등 여러 가지 지원을 해줍니다.

아보리스트는 앞으로 전망이 밝은 전문직입니다. 우리나라도 체계적인 숲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숲은 나무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나무가 말라가는 계절입니다. 

활엽수들은 무성했던 잎을 하나씩 떨어트리고 긴 겨울나기를 준비합니다. 이럴 때 아보리스트가 바빠집니다. 앙상하게 드러난 가지 중 성장에 방해가 되는 걸 찾아 잘라주고 꼭대기에서 유전자 정보를 가진 부위를 채집하기도 합니다.

나무들은 그냥 놔둬도 저희끼리 잘 크겠지요. 하지만 관리가 필요한 숲은 아보리스트와 같은 전문가들이 돌봐야 합니다. 

사람과 식물의 동반관계를 더 돈독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보리스트는 대부분 식물과 정서적인 교감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변두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정모씨는 한라산 자락 1500여 평의 땅에서 감귤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런 과원은 최소 3000평 이상이 돼야 수익이 난다고 합니다. 정씨는 그 절반 규모니까 당초부터 이를 생계수단으로 한 건 아닙니다. 일꾼도 사지 않고 아내와 단 둘이 감귤나무며 채소 등을 기릅니다.

정씨는 제주에 온지 8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농부입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식물이 더 가까워진다고 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동안 수많은 꽃이 피고지고 과실이 열렸다 떨어집니다. 이런 식물들과 함께 사는 삶이 무척 행복하다고 합니다.

정씨는 조만간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아보리스트협회 교육장을 방문할 생각입니다. 아보리스트가 되기엔 나이가 너무 많지만 보다 전문적인 수목관리에 대해 알고 싶어서입니다.

그는 식물 중 사람과 가까운 과수나무, 채소 등은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제대로 살아남지 못한다고 알려줬습니다. 개와 고양이, 소, 닭, 돼지 등과 같은 동물처럼 식물도 사람의 손을 통해 성장하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숲은 속을 드러내고 그만큼 사람들과 더 가까워집니다. 아보리스트처럼 키 큰 나무를 성큼성큼 오르지 못하더라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계절입니다. 

나무 등걸에 가만히 손바닥을 대고 눈을 감아보세요. 긴 휴식에 들어가는 나무에게서 힐링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 아보리스트(Arborist)란 크고 높은 나무에 올라 수목 관리나 특수한 목적을 위한 작업 등을 할 수 있도록 훈련된 전문가를 말한다.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노거수나 보호수, 혹은 제거해야 할 위험목 중에는 고가사다리 장비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한 것들도 많다. 때로는 수목의 꼭대기에서 소중한 유전자원을 수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보리스트는 이러한 수목에서의 여러 가지 위험한 작업을 능숙히 해낼 수 있다. 

신창섭회장(충북대 산림과학과 교수)은 "한국의 삼림자원이 양보다 질을 더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 수목 등반전문가들의 존재와 협업 시스템 확립이 절실해졌다"며 아보리스트 협회 창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상우 기자  pree@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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