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50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민 1인당 스마트폰 1개씩은 가지고 있는 셈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5180만 명이다.
그러나 지난 6월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폭이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소비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정보통신진흥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약 5011만 명으로 전월보다 16만 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09년 삼성전자 옴니아2와 애플 아이폰3GS가 출시된 후 본격적인 성장기를 알린 스마트폰 시장은 2011년 말 2258만 명에서 2012년 말 3273만 명 등으로 1년 만에 1000만 명 이상이 늘어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2014년 말에는 4070만 명으로 더 늘어났다.
다만 2013년 이후부터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2013년 479만 명, 2014년 318만 명, 2016년 275만 명, 지난해 224만 명이다.
반면 피처폰 가입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4년 말 1214만 명이었던 피처폰 가입자는 2015년 말 1000만 명 선이 무너진 뒤 2016년 말 848만 명, 지난해 말 848만 명, 지난 6월 677만 명 등으로 해마다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민 1인당 1스마트폰 시대는 모바일금융과 모바일쇼핑 등 각종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 1분기 하루 평균 모바일뱅킹 이용액은 5조3946억 원이다. 전 분기보다 20% 늘어난 수치다.
최근 1년 동안 모바일뱅킹 사용자는 6267만 명으로 전체 인터넷뱅킹 사용자 중 92.4%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 조회서비스의 85.1%가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인터넷뱅킹을 이용했고 금융기관 창구 이용은 9.8%에 불과했다. 올 2분기 온라인쇼핑 거래액에서 모바일 쇼핑거래액은 16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9%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를 맞았지만 내년 출시 예정인 폴더블폰 등 기술의 진보로 인해 신개념 제품들이 시장에 나오면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교체 비용 부담과 구·신형 스마트폰 간의 기술 격차 축소로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며 “국내 스마트폰 기업들이 저가폰 경쟁 대신 5G용 폰, 폴더블폰 개발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혁신성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스마트폰 대신 피처폰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스카이뉴스와 더 드럼에 따르면 이같은 이유로 영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는 지난해 피처폰 매출액이 전년 대비 약 5% 성장했다. 반면 스마트폰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약 2% 상승에 그쳤다.
해당 매체는 영국에 거주하는 메리 어스킨의 인터뷰를 인용 “스마트 폰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 싫어 피처폰으로 바꿨다”며 “친구가 하루에 150회 정도 스마트폰 화면을 체크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스킨은 온라인 상태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다. 어스킨은 피처폰과 함께 아이패드를 사용하면서 온라인 연결 상태는 유지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습관적으로 온라인 상태에 놓인 것을 피처폰으로 예방해주고 온라인 상태가 꼭 필요한 상황에는 아이패드를 통해 보완해주는 것이다.
매체는 “스마트폰과 피처폰 판매량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수준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피처폰 성장률이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 니즈의 변화를 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