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이 10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암호화폐 벤처업종 제외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정부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기업 제외 업종으로 지정한 ‘벤처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내달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서를 공개하며 “대통령께서는 연일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을 말씀하시나 집행부서에서는 발목 잡는데 급급하다”며 “정부는 올해 들어 숙박업, 골프장, 노래방 등 거의 모든 업종을 벤처 인증 대상으로 인정해주는 규제 완화 정책을 펴면서 정작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과 암호통화업을 벤처 인증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은 유흥업, 도박업 등이 거의 전부인 상황에 정부 개정안은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유흥·도박과 같은 부류로 낙인찍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블록체인 산업이 한국에서는 도박장·술집과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개정안이 실행된다면 블록체인 기술 기반 산업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막힐 것이며 정책 수혜와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 스타트업들은 고사하게 되거나 해외로 이전해 나갈 것”이라며 “신기술 산업은 위험성과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으나 정부는 신기술 등장 때마다 일단 규제부터 먼저 하려는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는 입으로는 규제개혁을 외치면서 행동은 규제강화로 가는 ‘언행불일치 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규제개혁이 모조리 ‘시늉내기’로만 끝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정부는 이제라도 시대역행적 시행령 개정안을 철회하고 전면 재검토하기를 촉구한다”며 “물론 암호통화거래소의 신뢰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나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개선할 방법을 강구해야지 구더기 무섭다고 아예 장을 담그지 않는 식으로 가면 혁신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블록체인은 대한민국이 4차산업혁명시대의 선도국으로 또 한 번 도약할 절호의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며 “정부가 앞장서 블록체인과 연관 분야의 혁신 생태계를 위축시키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관련 단체도 이번 시행령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한국블록체인협회,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등은 벤처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에 대해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며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협회들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인터넷 산업은 성장을 거듭하면서 이제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며 “발바닥의 종기가 아프다고 해서 다리를 자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기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마치 19세기 말 영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막은 적기조례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도 정부 방침을 규탄하고 나섰다.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와 동국대 블록체인구센터 등은 “중기부가 근거로 두는 ‘투기과열, 유사수신, 자금세탁, 해킹’은 실제 현장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이미 해소됐다”며 “코스닥이 없으면 벤처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힘든 것처럼 암호화폐 거래소가 없다면 블록체인 산업 역시 자금 유입이 어려워져 선도적 기술 개발 등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 당국이 지금이라도 편협된 시각을 거두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중기부는 지난달 10일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 기업 업종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일반 유흥 주점업과 무도 유흥 주점업, 기타 주점업, 기타 사행시설 관리 및 운영업, 무도장 운업영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기업 제외 업종에 포함시킨 것이다.
해당 개정안이 발표되자 정계는 물론 반발이 거세지면서 관련 업계 비공개 간담회를 여는 등 조정안을 마련하는 모습을 취했지만 결국 조정안 없이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의,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통과하면 해당 개정안은 다음 달 초부터 공포되고 즉시 시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