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암호화폐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이어 유럽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스탬프’(Btistamp)까지 품에 안은 것이다.
29일(현지시각) 비트스탬프는 홈페이지를 통해 넥슨의 NXMH에게 인수된 사실을 밝혔다. NXMH(NXMH B.V.B.A)는 넥슨의 지주사인 NXC가 지난 2010년 10월 설립한 벨기에 투자법인이다.
비트스탬프는?
“룩셈부르크에 본사, 유럽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하루 거래액 1억 달러”
“300만 개 등록계정과 50만 개 활성화 거래계좌, 2016년 기업가치 약 6000만 달러”
비트스탬프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허가를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슬로베니아 출신의 네익 코드리가 지난 2011년 설립됐다. 하루 거래액은 약 1억 달러(약 1139억 원)가량이다.
30일 코인마켓캡 거래량 기준으로 27위에 랭크됐다. 코드리 비트스탬프 최고경영자(CEO)는 올 1월 300만 개의 등록계정과 50만 개의 활성화된 거래계좌가 있다고 밝혔다.
비트스탬프의 비트코인 현물가격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의 비트코인 선물가격 산출에 사용되는 지표일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6년 기준 비트스탬프 기업 가치는 약 6000만 달러(약 685억 원)로 평가받았다.
설립 초기 어려움도 있었지만 블록체인 투자회사인 판테라 캐피탈 등 다수 투자자로부터 약 159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리스크를 극복해갔다.
과거 인수 사실 부인한 이유?
“정부 당국 부정적 시선 부담 느껴 인수설 부인했을 가능성”
“인수 조건 등은 비공개, 지난 4월 외신 보도 3억5000만 달러 조건에 인수”
비트스탬프는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의 임무와 경영진, 비전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NXMH가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며 “운영방식과 회사의 목표 등은 달라지지 않았으며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수금액 등 구체적인 계약 사항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NXMH가 비트스탬프 지분 80%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날짜는 지난 25일이다.
앞서 지난 4월에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넥슨의 비트스탬프 인수 추진 사실을 보도했고 3억5000만 달러(약 3989억 원)의 조건으로 인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당시 넥슨은 인수 사실을 적극 부인한 바 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비트스탬프 인수설은 근거 없는 얘기로 넥슨은 암호화폐와 게임사업을 연계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번복이 최근 정부 당국이 암호화폐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것에 다소 부담을 느끼지 않았냐는 해석이다. 또한 카카오와 네이버 등 주요 ICT기업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투자를 거듭하는 것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코빗 이은 인수 배경은?
“코빗 성공적 인수에 자신감 붙었다는 추측, 코빗 지난해 실적 크게 좋아져”
“경쟁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잇따른 투자에 자극”
NXC는 올 1월 넥슨의 비유동자산을 처분한 바 있다. 주식 매각으로 보통주 1000만 주를 3530억 원에 처분했다. 당시 NXC는 국내외 투자 및 운용자금 조달 목적으로 자산매각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한 NXC는 지난 2월 해외 계열회사 유상증자에 참여를 목적으로 NXMH를 통해 2654억 원을 출자했다. 비트스탬프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넥슨이 잇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한 배경에는 핵심 사업인 게임과의 연관성도 있겠지만 코빗의 성공 모델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냐는 추측이다.
NXC는 지난해 9월 코빗 지분 62.2%를 930억 원에 인수했다. 2016년 말 코빗의 자기자본은 29억7000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에 당시 인수가는 매우 높게 쳐줬다는 평가였다.
인수 이후 코빗에 초창기 자금을 댄 여러 벤처캐피탈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코빗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인해 일부 벤처캐피탈은 원금이 6배가량 대폭 상승했다는 전언이다.
코빗도 기업가치가 크게 불어났다. NXC의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코빗 지분 62.2%의 가치는 30억 원 늘어난 960억 원이다. 코빗은 지난해 기준 자산 3559억 원, 회원예치금 2615억 원, 매출754억 원, 영업이익 610억 원, 순이익 697억 원을 기록했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비트스탬프 인수는 다각적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겠지만 코빗의 성공적인 인수로 자신감이 생겨났을 것”이라며 “암호화폐 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부 방침에 해외 거래소로 눈을 돌린 의미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