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바둑 최고수들을 손쉽게 제압하며 인공지능의 발전을 보여준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새로운 AI ‘알파 제로’의 등장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알파 제로는 바둑 기보 학습이나 상대방 전력 분석 등 빅데이터 없이도 알파고를 제압했다.
특히 알파고가 바둑에만 특화된 AI라면 알파 제로는 체스, 쇼기(일본장기) 등 모든 보드게임에 적용할 수 있다. 보드게임의 규칙만 알아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13명의 연구자는 7일 사이언스를 통해 ‘자가학습을 통해 체스, 쇼기, 바둑을 마스터할 수 있는 범용 강화학습 알고리즘’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알파 제로의 뛰어난 실력을 소개했다.
알파 제로는?
“빅데이터 학습 필요 없이 규칙만 알면 최적의 수 찾아내, 보드게임 AI 최강자 등극”
“딥마인드, 알파 폴드도 선보이며 AI의 난치병 치료 활용 가능성 보여줘”
논문에 따르면 알파 제로는 빅데이터 학습이 필요 없다. 여러 종류의 게임에서도 적용 가능해 AI의 폭넓은 활용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다.
알파 제로는 지난 2016년 체스 AI 챔피언에 오른 ‘스톡피시’를 4시간 만에 꺾었고, 쇼기에서는 지난해 쇼기 AI 챔피언 ‘엘모’를 2시간 만에 제압했다.
스톡피시와 엘모는 입력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수를 검색해나가는 방식이지만 알파 제로는 사람의 두뇌처럼 심층신경망 기술로 데이터를 스스로 쌓아가며 최선의 수를 선택하고 있다.
알파 제로는 이세돌 9단에게 완승을 거둔 ‘알파고 리’를 30시간 만에 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고 리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알파고 제로’도 알파 제로는 61%의 승률을 거두고 있다.
데이빗 실버 딥마인드 연구원은 “최근 AI 기술의 발달은 바둑과 체스, 장기처럼 수많은 경우의 수가 나오는 보드게임을 쉽게 정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AI 개발의 다음 과제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여러 사람이 동시에 참여하는 멀티플레이어 비디오게임을 정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딥마인드는 지난 2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단백질 구조예측 학술대회에 ‘알파 폴드’라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생명의 기본 분자인 단백질의 3차원 형태를 예측하기도 했다.
알파 폴드는 43개 단백질 중 25개의 구조를 정확히 예측하면서 98개 팀 중 1등을 차지했다. 2등 팀은 43개 중 단 3개의 구조밖에 예측하지 못했다. 알파 폴드의 이같은 결과는 AI가 난치병 발견과 치료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밖에 사항은?
“전 세계 바둑계, 알파고 등장 이후 정형화 된 틀에 얽매여 ‘기풍’ 사라져”
“볼거리 줄어들고 흥미요소 반감, 누가 세계 최고수인지 논쟁 의미도 없어져”
한편 알파고 등장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대만 등 전 세계 프로바둑계는 바둑 내용이 정형화되고 있다. 대다수 프로 기사가 인공지능이 둔 수에 큰 영향을 받으면서 초반 포석이 비슷한 내용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착점이 달라지는 ‘기풍’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들고, 팬들의 볼거리가 크게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한 초반 정형화 된 틀은 중반 전투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흐름을 보여주면서 흥미요소를 더욱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A프로기사는 “사실 알파고의 등장은 바둑계에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다”며 “바둑이 가진 다양한 매력을 반감시킬뿐더러 신의 영역이라 불리던 신비함을 없애 더 이상 누가 세계 최고수인지 물어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