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의 대표 ICT업체 화웨이가 핵심 타깃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동맹국을 중심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서유럽 주요 국가 통신사들이 화웨이 배제 방침을 선언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 시간) 독일 도이체텔레콤이 화웨이 통신장비의 보안 우려를 이유로 사용을 배제할 것이라 밝혔다.
전날 블룸버그통신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G 이동통신 규제를 강화해 사실상 화웨이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고 분석했다.
주요 사항은?
“독일 도이체텔레콤부터 영국 BT‧프랑스 오랑주 등 화웨이 5G 통신장비 사용 금지”
“유럽 시장은 화웨이 매출 27% 차지, 보안 논란 확산될수록 심각한 타격”
로이터통신은 도이체텔레콤의 이같은 결정이 미국의 압박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미국 정부가 도이체텔레콤 측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는 압력을 넣었다”며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이르면 이번 주 초 관련 사항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회사인 도이체텔레콤에 대해 미국 정부가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도이체텔레콤의 지분 약 64%를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이동통신업계 3·4위를 차지하고 있는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합병 작업이 한창이다.
스프린트 지분 85%를 보유한 일본 소프트뱅크 역시 5G 통신장비의 화웨이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4G 네트워크에 사용된 화웨이 장비마저 노키아와 에릭슨 장비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영국의 통신그룹 BT도 같은 날 5G 네트워크의 핵심 장비를 화웨이에서 구매하지 않을 방침이라 전했다.
프랑스 최대 통신회사인 오랑주도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스테판 리샤르 오랑주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화웨이에 5G를 요청하지 않을 것이며 에릭슨과 노키아 등 기존 파트너들과 손잡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화웨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보안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국가의 통신장비 사용은 우려된다고 전했다.
유럽은 중동·아프리카와 함께 화웨이의 총 매출 중 27%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유럽 국가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화웨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호주와 뉴질랜드는 정부 공식 입장으로 자국 통신회사가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이 화웨이를 배제하자 유럽 시장에서 핀란드 노키아가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4일 유럽 증시에서 노키아 주가는 멍저완우 화웨이 글로벌 최고재무관리자(CFO)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이달 5일 대비 10.69% 상승한 5.28유로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영향은?
“미국, 한국에도 화웨이 ‘고사작전’ 동참 요구 가능성 … LG유플러스 치명타 가능성도”
“LG유플러스, 코어장비 화웨이 배제한 상태로 백도어 문제 전혀 없다고 주장”
이같은 분위기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이기에 화웨이 ‘고사작전’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만약 미국 정부의 압박이 현실화된다면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선택한 LG유플러스는 직격탄을 맞는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일방통행’을 감안할 때 우리 정부가 직접적인 조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현재 화웨이 장비 도입을 철회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이미 수도권 등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4133개의 5G 기지국을 설치했다.
LG유플러스 측은 가입자 식별부터 누가 어떤 정보를 주고받는지 매핑하는 역할을 맡는 코어장비는 화웨이를 배제했다며, 백도어(정보유출 통로) 등의 문제는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주한 미군 주둔지역에 화웨이 장비를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지난 2012년부터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미국의 보안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미 하원 정보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때리기’에 나섰다.
이후 모든 공공기관이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고 올해는 AT&T 등에 정부 요청으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까지 중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최근 미국 주요 매체들은 중국 해커들이 지난 18개월간 미국 해군과 계약한 기관·업체를 해킹하며 미사일 계획, 함정 관리 데이터 등의 군사기밀을 훔쳤다고 보도하는 등 정부 방침과 함께 고삐를 죄고 있는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돌아가는 흐름이 LG유플러스에게 좋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며 “문제는 화웨이 논란이 LG 전체 브랜드 이미지까지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지금이라도 장기적 안목에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