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5G 네트워크를 둘러싸고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가 국제 이슈로 확산되는 중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를 자국 내 사용 금지로 끝나지 않고 주요 동맹국에 협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 주요국과 일본은 공동 전선을 형성하고 화웨이 차단막을 하나하나씩 쌓아 올리고 있다.
지구촌 유일의 패권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힘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화웨이 보안 이슈가 미중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것이기에 팩트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팩트 너머 서슬 퍼런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이는 얼마나 될까. 우선순위를 망각해 치명적 결과를 맞게 된 사례들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19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송년기자간담회를 열고 화웨이 5G 통신장비에 대한 보안 논란을 일축했다.
하 부회장은 화웨이가 지난달 스페인의 국제 CC(국제공통표준평가기준) 인증기관에 보안인증을 신청한 상태임을 강조했다.
인증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언론에 보안 검증이 완벽하다는 사실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하 부회장이 공식석상에서 화웨이 보안 논란을 언급한 것은 부정적 여론에 크게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부정적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경우 5G 인프라 구축 자체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사실 이 정도로 촉각이 곤두섰다면 지금이라도 선택에 대한 판단을 원점으로 돌려봐야 한다.
알고서도 자충수를 두는 이는 없다.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반상에 묻어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일수불퇴’가 바둑룰이지만, 다행히도 산업 현장은 일수불퇴가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4G망 연동성부터 비용적 문제 등 화웨이 선택에 대한 LG유플러스의 당위성은 기업의 이윤 창출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LG유플러스도 이윤 창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장의 논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화웨이 보안 논란은 올 초부터 지속돼왔다.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LG유플러스가 지금에 와서야 적극 해명하려는 모습은 타이밍이 한참 빗나갔다.
어쩌면 지난 2013년 LTE 장비공급업체로 화웨이를 선정했을 때 그때도 보안 논란에 시끄러웠지만,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학습 작용이 작용한 것일까.
손자병법의 36계 중 제3계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이다. 자신의 칼에 피를 묻히지 않고 남의 칼을 빌려 적을 제압한다는 뜻이다.
차도살인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계책이다. 우군을 끌어들여 적을 치고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 덕분에 자신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
화웨이 입장에서는 하 회장의 적극적인 해명이 매우 반갑기만 할 것이다. 차도살인의 계략을 충분히 실현한 모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