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일(현지시간) 분기별 매출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증시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하향 조정이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애플의 2019년 회계연도 1분기(2018년 12월 29일 종료) 실적 전망치를 기존 890억 달러(약 100조3475억 원)~930억 달러(약 104조8575억 원)에서 840억 달러(94조7100억 원)로 하향 조정했음을 밝혔다.
주요 사항은?
“쿡 애플 CEO, 중국 시장 경제 둔화 등 중화권 매출 감소가 전망치 하향 조정 요인”
“애플 외에도 GM, 페덱스, 스타벅스, 티파니 등 미국 주요 기업 실적 전망 악영향”
쿡 CEO는 서한을 통해 “핵심 신흥시장의 도전을 예상했지만 특히 중국 시장의 경제 둔화 규모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매출 감소의 대부분이 중화권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시장에서 애플의 전체 매출은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5년 12.5%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7.8%로 떨어졌다.
쿡 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도 중국 시장의 부진이 실적에 큰 요인을 차지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인해 지난달 중국 제조업은 3년 내 가장 크게 위축됐다.
유통업 매출 성장세도 1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중국 내수 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7.5% 급락했다.
지난해 10월 시가총액 1조 달러 돌파 신기원을 이뤄낸 애플은 12월에만 약 29% 하락했다. 시총은 2일 기준 7493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비관적 전망이 미중 무역전쟁에 보내는 경고장이라는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신호탄을 쐈으나 중국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애플 등 자국 글로벌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애플 외에도 제너럴모터스(GM), 페덱스, 스타벅스, 티파니 등의 기업들은 최근 중국의 경기 악화로 실적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1일 90일 간 휴전을 선언하고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제프리 게리시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협상단을 이끌고 내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실무협상에 나선다.
이밖에 사항은?
“코스피지수 3일 2000선 무너져, 기관 이틀 동안 4711억 원 팔아치우며 하락장 주도”
“일본 엔화 급등에 호주달러 추락,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 ‘차이나 리스크’ 공포 대두”
한편 코스피지수는 3일 애플발 타격에 2년 1개월 만에 2000선까지 무너졌다. 기관은 이날과 전날까지 이틀 동안 코스피에서 4711억 원을 팔아치우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지난해 10월의 급락장이 외국인이 주도했다면 이번에는 기관 투매가 나선 것이다.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97%, 4.79% 급락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애플 악재가 반도체 업체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LG이노텍(0.84%), 삼성전기(3.30%), 비에이치(6.63%), 삼성SDI(2.14%), 이녹스첨단소재(3.01%), 실리콘웍스(2.97%) 등 애플 관련주는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1분기에 조정을 받은 뒤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였으나 애플 악재로 불확실성이 짙어진 모습이다.
글로벌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는 일본 엔화도 애플 악재 이후 급등락하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가 발생했다. 일본 엔화는 장중 한때 달러당 104.87엔까지 치솟아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중국 자원 수출 비중이 큰 호주는 2일 호주달러화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장중 3.5%나 추락하면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호주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가 맞물리면서 이날 장중 한때 엔화 대비 호주달러가 7%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