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폴란드 정부 당국에 기술 스파이 혐의로 고위 간부가 입건된 화웨이가 미국에서도 기술 탈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소식과 함께 미국 법무부가 조만간 기소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관련 사건은 화웨이가 미국 이동통신업계 시장점유율 3위인 T모바일에서 휴대전화 성능 테스트를 위해 개발한 로봇 ‘태피’(Tappy)와 관련된 기술 기밀을 탈취했다는 혐의입니다.
T모바일 측은 화웨이가 휴대전화 단말기를 공급하는 사업 파트너 관계를 악용해 지식재산권을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지난 2014년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법적 싸움을 벌인 바 있습니다. T모바일은 당시 화웨이 직원들이 태피의 독점 기술을 알고자 반복적인 질문과 몰래 사진을 찍는 등의 방법을 동원하며 기술 탈취에 안간힘을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T모바일은 화웨이 측을 상대로 시애틀 연방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연방 배심원단은 화웨이가 T모바일의 로봇 기술을 탈취 사실을 인정하며 T모바일에 480만 달러를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건이 지난 2014년 사건까지 결부하며 화웨이의 기술 도난 혐의를 폭넓게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孟晩舟) 체포로 중국과 캐나다의 갈등이 높아지는 민감한 시기에 미국 당국이 직접 화웨이 수사에 나서 중국에 간접적인 압박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도용한 대표 기업으로 화웨이를 직접 거론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호주 등 우방국에는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등 글로벌 공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최근 국방부 장관까지 공식 석상에서 화웨이의 5G 장비에 대한 스파이 우려를 제기했으며, 폴란드는 최근 화웨이의 중·북부 유럽 판매 책임자인 왕웨이징(王伟晶)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며 유럽연합(EU)이 화웨이에 대한 공동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미국을 위시로 전 세계가 화웨이의 보안 및 기술 탈취에 대한 높은 우려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우리 정부 당국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 자율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시각입니다.
그러나 최근 지하철 1~4호선과 7~8호선 노후 통신망 개선 사업에 화웨이가 장비 공급 업체로 선정되면서 보안 논란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화웨이를 선정한 상태며, 농협은행 등은 통신망 개선 사업 파트너로 화웨이의 손을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