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ICO(Initial Coin Offering, 암호화폐 공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국내 암호화폐 업계가 올해에도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암호화폐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31일 ‘가상통화 관련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국내에서 ICO 전면금지 조치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무조정실은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ICO 실태조사 결과와 해외 규제사례, 국제기구 논의 동향 등을 검토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ICO를 실시한 24개 국내기업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 결과 ICO는 여전히 투자 위험성이 매우 높은 상태라는 판단입니다.
주된 이유는 △국내 기업이 ICO 금지 방침을 우회해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면서 형식만 해외 ICO 구조로 대부분 진행된 점 △해외에서 실시한 ICO지만 사실상 국내 투자자를 통한 자금모집이 이뤄진 점 △ICO 관련 중요한 투자판단 정보가 공개돼있지 않고 개발진 현황 및 프로필 미기재나 허위 기재 우려 △ICO를 통해 계획한 프로젝트는 금융, 지불·결제, 게임 등이지만 실제 서비스를 실시한 회사가 없고 사전테스트 단계 또는 플랫폼 개발 중인 상황인 점 △프로젝트 내용이 난해하고 블록체인 기술 및 IT 관련 전문용어에 대한 이해도 어려워 프로젝트 진행 경과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부족한 상황 △ICO로 발행된 신규 가상통화는 평균적으로 약 4개 취급업소에서 거래되고 모든 신규 가상통화 가격이 하락해 이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 △P2P대출 유동화 토큰 발행·거래, 가상통화 투자펀드 판매 등 자본시장법상 무인가 영업행위와 함께 ICO 관련 중요사항을 과다하게 부풀려 광고하는 형법상 사기죄 등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례 발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제동향에 대해서도 다수 국가들이 ICO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고 국제적 규율체계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시각입니다.
국무조정실 측은 “정부가 ICO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하는 경우 투자 위험이 높은 ICO를 정부가 공인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어 투기과열 현상 재발과 투자자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실태조사 결과 나타난 현행법 위반소지 사례에 대해서는 검・경 등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실태조사와 무관하게 사기·유사수신·다단계 등 불법적인 ICO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을 통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자금모집수단인 ICO이며 이러한 투자 위험과는 무관한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는 민간과 힘을 합쳐 적극 노력하겠다”며 블록체인에는 육성 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입니다.
관련 업계는 정부가 이러한 입장을 여러 차례 예고했던 터라 예견하고 있었다는 반응입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등 공식 석상을 통해 ICO는 허용 불가라는 입장을 여러 번 전한 바 있습니다.
다만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정부의 이번 방침에 반발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9 블록체인 대전망 컨퍼런스’를 통해서 블록체인 기본 3법을 이달 중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블록체인 기본 3법은 연구개발 특구조성법, 유니콘 산업육성 특구법, 암호화폐 폐해 대응규제법 등으로 구성됐으며, 샌드박스 안에서 ICO를 부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검증된 기업에게는 50억 원 이내에서 ICO를 허용해 준다는 것입니다. 금감원이 부정적 입장을 보인 증권형토큰발행(STO) 투자금 유치를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와 지자체 등 정치권에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불가분 관계로 보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계속 분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정부가 투자자 피해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투자자 피해를 막으려면 규제안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