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암호화폐 거래 규칙 등을 담은 법령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내년 4월부터 법적 효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실질적으로 암호화폐의 자산 가치를 인정하면서 합법적인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것입니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 자금결제법,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안의 통과 소식을 전했습니다.
개정안은 우선 암호화폐와 가상통화, 디지털자산 등으로 혼용됐던 명칭을 ‘암호자산’으로 통일했습니다. 암호자산 명칭 통일은 그동안 암호화폐가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부각됐다면 이제는 자산으로 규정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예치금의 4배까지 거래를 허용하는 등 여러 거래 규칙을 포함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불의의 해킹 사고에 대비해 고객 변상용 재원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합니다.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는 거래소는 아예 시장 진입부터 막혀버린 셈입니다. 거래소 보안성 강화에 대한 간접적인 압박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ICO(암호화폐 공개)는 수익 분배를 담보로 증권 투자로 볼 수 있는 ICO라면 등록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ICO를 금융상품거래법에 따르게 한 것입니다.
암호화폐가 금융거래법상의 규제 대상에 추가되면서 시세조정 등도 엄격히 단속됩니다. 일명 ‘지라시’ 등 미확인 정보의 유포 등은 불법으로 간주됩니다. 현재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대표적 문제로 거론되는 ‘단타 펌핑 투기’ 등을 막는 장치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암호화폐에 대한 소득세 부과 방안을 통과시키며 오는 2020년부터 일정 기준 이상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게 되면 소득세를 내도록 개정에 나선 바 있습니다. 소득신고를 위한 재산채무조서에 암호화폐를 신고할 수 있도록 별도 기재란을 마련하는 중입니다.
이러한 발빠른 움직임은 미국과의 경쟁 구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관련 업계의 분석도 나옵니다. 암호화폐 소득세 부과의 경우 미국보다 한발 빨리 적용했으며, 이번 개정안 통과도 미국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미뤄지는 점을 감안한 조치가 아니냔 해석입니다. 일본에서 ETF가 먼저 출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향후 개정안 실행에 따라 다양한 암호화폐 선물과 옵션 상품이 출시돼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투자자의 유입이 크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장기적 투자 트렌드를 만들고 나중 주식시장 이상의 파급력도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한편 내달 8일과 9일 양일간 일본 후쿠오카에서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 회의가 열립니다. 일본은 이 자리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20개 국가의 의견을 모으고 통일된 글로벌 정책 마련을 유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니혼게이자 신문은 “이번 G20 회의 주최국으로 일본은 자금세탁 방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며 각국 금융당국 책임자들은 암호화폐 자금 세탁 문제와 함께 소비자 보호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며 “일부 암호화폐가 익명성 보장이란 특징으로 거래 추적이 어려운 점도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국내 암호화폐 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됩니다. 현재 국내 시장은 관련 업체들이 정부 당국에 합리적 규제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는 1년 넘게 손을 놓고 방관하는 중입니다. 더욱이 암호화폐 시장을 투기로 규정하면서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막는 등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헌법재판소 반론에 암호화폐 시장을 성매매에 비교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여줬으나 글로벌 시장이 움직이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일본과 미국이 암호화폐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에 유럽도 합류하게 된다면 결국은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해야 하는 때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암호화폐 시장을 선도하고 블록체인 기술의 고도화까지 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며 “현 정권 내내 해당 산업을 말라 죽이겠다는 의지를 거둬들이지 않는다면 역사의 큰 오점으로 분명히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