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각국의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온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일본도 대응 방안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지난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에 대한 제재 관세를 새롭게 발표했습니다. 해당 제재안은 약 3000억 달러(약 354조6000억 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최대 25%까지 관세 부과를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부과 대상에는 일본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가정용 게임기, 손목시계, 운동화 등의 품목이 상당 부분 포함됐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이달 말부터 해당 제재가 발동하게 되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생산기지 이전 등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 당국은 자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외교 라인을 풀가동하는 등 물밑 움직임에 활발히 나서는 중입니다.
현재 일부 일본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가 확실한 것으로 보고 중국 시장 철수에 나서는 중입니다. 이미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로 생산거점을 이전을 결정한 기업들도 다수에 이른다는 전언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일본기업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총액은 연간 1조 엔(약 11조 원)대 규모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수출은 대미 수출 약 6%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며 G-SHOCK 등의 손목시계를 미국에 수출하는 카시오(CASIO)의 경우 미국 수출 물량 분산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국 생산 물량과 태국 생산 물량을 미국에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파나소닉 역시 이번 제재로 인해 디지털카메라 본체 대부분을 생산하는 중국 푸젠성 생산기지 운영에 고심을 더하고 있습니다. 파나소닉은 카메라사업 매출액 약 20%가 미국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생산기지 변경이 절실해진 상황입니다.
닌텐도는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가정용 게임기가 이번 제재 품목으로 정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지난 2017년 발매된 가정용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 지난해 해외 판매량 약 1700만대를 기록한 가운데 북미 시장에서만 약 40%의 물량이 판매됐습니다. 미국 판매 제품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만약 닌텐도가 2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닌텐도 스위치의 가격은 300달러에서 325달러로 가격이 껑충 뛰게 됩니다. 갑자기 인상된 가격에 다수의 소비자들이 경쟁 제품으로 이동할 것이란 우려입니다.
그러나 닌텐도는 오랫동안 중국에 생산기지를 운영해온데다 여러 중국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 이유로 생산거점을 쉽게 옮길 수 없는 형편입니다. 아직까지 관망하는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관세 부과가 본격적으로 실행되면 고육지책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의류 브랜드 아식스와 유니클로 등은 이미 발 빠른 움직임에 나서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을 최소화한 모습입니다. 아식스는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중국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일부 이전했습니다. 추가 이전도 고려하는 중입니다.
유니클로도 티셔츠 등 주요 생산 제품의 중국기업 위탁 방식을 베트남과 태국 등으로 분산하는 중입니다. 밴더 협의 등 유통망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 이번 미중 무역전쟁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움직임입니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아예 중국 시장 철수를 마친 상태입니다. 미국 자동차부품 기업에 플라스틱 부품을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한 도시바는 생산기지를 자국과 태국 공장으로 옮겼습니다. 미국 수출용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등을 생산하는 클라리온(Clarion)도 자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긴 상태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수출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를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이미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겠다면 일본의 사례라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 = 홍수연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