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 화웨이 장비를 통해 암암리 통신망을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화두였던 화웨이가 북한 문제까지 결부되면서 최근 비핵화 실무협상이 한창인 미북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23일 통일연구원은 북한 ICT 실태보고서 ‘김정은 정권의 정보화 실태와 특징’을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이동통신사업은 지난 2004년 4월 북한 룡천역 폭발 사고 이후 사업이 잠정 중단됐습니다. 이후 2008년 말 북한이 ‘고려망’이라는 업체를 세우고 중국의 화웨이와 ZTE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통신망을 본격적으로 구축했다는 진단입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고려링크는 화웨이 장비를 통해 사업 시작 3년 만에 평양을 비롯한 14개 주요 도시와 86개 군소 도시, 22개 고속도로에 453개 기지국을 설치했다”며 “이는 북한 지역의 13.6%, 인구 대비 92%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폭넓은 통신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이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정부의 거래제한에 지목된 화웨이가 북한의 이동통신망 구축을 돕고 통신망의 원활한 유지까지 지원해줬다며 미국의 수출통제법을 위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화웨이 전 직원으로부터 입수한 내부문건을 증거로 삼았습니다.
WP는 화웨이가 2016년 상반기까지 최소 8년 동안 북한의 통신망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화웨이의 주요 부품이 미국산을 쓰고 있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다만 WP는 2016년 상반기 이후 대북제재 강화로 인해 화웨이가 평양에 소재한 사무실을 철수하고 장비의 보수 유지 지원을 끊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고려망은 장비가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3G만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 정부는 현재 화웨이를 대(對)이란 제재 위반과 은행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한 상태입니다. WP는 “만약 화웨이 전 직원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화웨이는 미국의 대북 제재를 직접 위반한 것”이라며 “추가 제재와 형사처벌은 물론 유럽 등에서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화웨이 측은 WP의 논평 요청에 “화웨이는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의 모든 수출규제와 제재 관련법을 포함해 우리가 진출한 국가와 지역의 모든 법과 규제 준수에 전념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조 켈리 화웨이 대변인은 화웨이가 과거 북한에서 사업을 벌였냐는 WP의 물음에 응답하지는 않았습니다. WP의 입수 문서에 대한 별다른 언급도 없었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회담에 들어가기 전 “보도를 봤고 잘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