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NEWSㅣ씨비씨뉴스] 지난 24일 KBS 1TV에서는 성탄특집 ‘걸레성자 손정도’ 편이 방송됐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빛이 다시 돌아오는 광복(光復)의 날을 확신할 수 없었던 암흑의 시대, 가장 낮고 그늘진 자리에서 오욕의 어둠을 닦고 또 닦았던 사람. 그리하여 기어이 독립이라는 희망을 별처럼 걸어놓았던 사람.
상해 임시정부를 탄생시키고 이끌었던 주역이었고, 만주 길림 한인사회의 아버지였던 독립운동가 손정도. 갓 쓴 도포 차림으로 관리시험을 보러 가던 청년이 복음과 민족운동의 밀알이 되어 이국의 망명지에서 눈을 감기까지. 슬프도록 아름답고 치열했던 그 삶의 발걸음들은 100년 뒤 오늘의 세상에도 별빛 같은 길잡이가 된다.
이 프로그램은 배우 겸 감독 추상미의 내레이션으로 이뤄져 있다. 임시정부 실내를 재현한 실내세트의 추상미 배우와 재연 드라마 장면, 다큐멘터리 부분이 교차하면서 전개됐다. 내레이터는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는 시청자에게 사건의 전개와 맥락을 요약적으로 소개하는 가이드 역할을 했다. 또한 드라마와 다큐 영상 내에서는 내레이션을 통해 스토리텔러로서 이해와 몰입도를 높였다.
이날 방송은 할아버지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일흔여덟 손자의 여정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손정도 목사의 큰손자이자 손원일 제독의 장남인 손명원(78)이 그 주인공. 그는 손정도 목사가 개척한 길림 조선인교회 터와 안창호를 구해낸 대검거 사건 현장인 대동공창 터, 액목의 농민호조사 이상촌 부지 그리고 할아버지 손정도 목사가 마지막 눈을 감은 동양병원 등을 찾아보며 회한과 감동을 경험했다.
손정도 목사의 캐릭터는 기존의 묵직하기만 한 독립운동가와는 다른 면이 있다. 당대의 부흥사로 명성을 떨칠 만큼 대중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있었고, 자상함과 유머를 갖춘 외유내강형 인물이었다. 실제로 흥사단 기록 등에는 손정도가 위락부장을 맡아 여장을 하고 사회를 보며 노래를 부르는 등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들이 기록돼 있다. 이런 손정도 목사의 캐릭터 연기는 중견 배우 임진웅이 맡았다. 임진웅은 그룹 ‘여행스케치’의 객원보컬 출신으로 ’영웅’, ‘그 여름, 동물원’, ‘원스’ 등에서 활약한 개성파 배우다.
■ 손정도 목사에 대한 평가
“걸레정신은 신학적으로 보면 빌립보서에 나오는, 하나님과 동등하게 높지만 스스로 자기를 비워서 인간으로, 종의 모습으로 오고, 십자가에 처형당하는 모습으로 왔다. 제일 밑바닥이죠. 손정도 목사는 그 정신을 너무 잘 이해해서 우리말로 ‘걸레정신’이라 그랬는데. 아, 왜 요즘은 그런 목사님이 안 계신가. 정말 그리워집니다. 눈물 나게 그리워집니다.” - 한완상 위원장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회)
“손정도 목사는 중국어를 할 수 있고 고상한 풍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어를 할 수 있고, 목사이며, 서양 나라들에 관한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핵심 창시자 중 한 명이고 공로가 큽니다. 이런 독립운동가는 한국에서 드뭅니다.” - 셰 준 메이 교수 (상해 화동 사범대 사학과)
“소위 남도 사람과 북도 사람, 그리고 영남과 호남, 이런 갈등들을 보면서 굉장히 애통해 하는 거죠. 우린 독립운동 하려고 왔는데 해놓은 것은 없고 적을 이롭게 한다, 이렇게 분열해서 어떡하겠냐? 이런 여러 가지 파쟁, 분열, 이걸 갖다가 허물을 덮기 위해서 그 분의 유명한 ‘걸레철학’이 나오는 거죠. 내가 걸레가 되어서 이런 걸 다 덮겠다.” - 김형석 박사 (통일과 역사 연구소 소장)
“손정도 목사님이 전 생애를 바쳐서 한 복음운동, 그리고 민족독립운동, 만주 선교운동의 핵심은 곧 평화운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성백걸 교수 (백석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