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 동네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던 영숙씨에게, 어느 날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자기 집에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하는 고양이들이 있는데 도와줄 수 있겠냐는 것. 할아버지를 따라 그의 집에 들어선 영숙 씨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온통 쓰레기로 가득 차있는 할아버지의 집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스무 마리 넘게 있었던 것.
쓰레기와 동물의 배설물 냄새가 뒤섞인 악취가 풍기고, 물건을 들추면 바퀴벌레가 떼 지어 나오는 쓰레기집에서 할아버지는 10년이 넘게 살아오고 있다고 했다. 화장실에서 주방까지 쓰레기로 가득 차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불가능해 보이는 집. 그 곳에서 할아버지는 쓰레기 산을 넘어 주방으로 가 선 채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강아지와 고양이들의 먹이는 꼬박꼬박 챙겨주고 있었다. 대체 할아버지의 집은 왜 이렇게 변한 걸까? 이런 곳에서 생활하면서도 동물들을 아끼고 돌보는 할아버지에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좀 더 깨끗하고 안정된 환경이 강아지, 고양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 걸까, 문을 걸어 잠그고 아무도 만나주지 않을 것 같았던 할아버지가 선뜻 집을 청소하는데 동의했다. 동사무소와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을 얻어 집을 청소하던 날, 몇 년을 묵은 쓰레기를 치우자 그 속에 묻혀 있던 할아버지의 비밀 아닌 비밀이 드러났다. 젊은 시절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사진첩이 쓰레기 더미들 사이에서 발견된 것.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 모습인 듯 패기 넘치던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 할아버지의 과거를 말해주는 듯 했다.
영어를 좋아하고 잘하기까지 해서 무역 회사에 취직했다는 할아버지. 외국을 상대로 한국 물건들을 파는 일을 하는 자신에게, 장밋빛 미래만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탄탄대로로 성공할 줄 알았던 사업이 실패로 돌아오고 주변에는 결국 친구 하나 남지 않았다고. 곁에 남은 건, 어쩌면 할아버지와 같은 처지일지도 모르는 떠돌이 동물들뿐. 다들 피하던 쓰레기집도, 그 안에서 살고 있는 할아버지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세상에 다가갈 수 있을까?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16일 밤 9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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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