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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험한 물길을 거쳐 더 넓고 깊어진 갯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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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험한 물길을 거쳐 더 넓고 깊어진 갯물의 맛
  • 박은철 기자
  • 승인 2021.05.0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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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CBC뉴스] 강물이 흘러 바다에 다다르면 그곳에는 갯물, 기수역이 형성된다. 담수와 해수가 만난 기수지역에는 강과 바다를 넘나들며 자라는 어종은 물론이고 습지에 서식하는 염생식물까지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한다. 험한 물길을 거쳐 더 넓고 깊어진 갯물의 맛을 찾는다. 

■ 강이 품고 바다가 키운 기수역의 생명들 – 낙동강 하구의 숭어, 웅어, 재첩 

태백에서부터 쉼 없이 달려온 물줄기는 부산의 낙동강 하구에서 바다와 만난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갯물 수역이 형성된 낙동강 하구는 숭어, 웅어 등 다양한 어종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50년 넘는 세월 어부로 살고 있는 김성문 씨 부부를 만났다.

청도가 고향인 육지 아가씨 박말순 씨는 남편 김성문 씨와 결혼 하자마자 배를 몰며 고기 잡는 일을 배웠다. 그때의 고생은 말로 다 못 한다는 박말순 씨. 이제는 진정한 어부가 되어 매일 낙동강 하구 기수역으로 어업을 나간다. 지금 시기에 나가면 잡힌다는 숭어, 웅어는 물론이고 곳곳의 모래섬 위에 잡히는 낙동강의 명물. 까만 재첩까지 낙동강 하구의 봄 손님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치국 사이소~, 재치국 사이소~” 아침마다 들려오던 소리는 이제 추억이 되었지만 시원한 재첩국 한 그릇과 재첩 국물에 갖은 채소와 들깻가루 등을 듬뿍 넣어 끓여낸 재첩물찜은 그때의 생생한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기수역의 대표적 생선, 숭어는 머리와 껍질까지 넣어 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는 숭어미역국으로 끓여내고 웅어는 얇게 썰어 국수와 함께 무쳐낸다. 손에 물 마를 날 없이 살아 온 박말순 씨의 강과 바다가 담긴 인생의 맛을 만난다. 

■ 한강 하구, 임금에게 진상하던 행주 웅어의 추억 

강과 바다를 오가는 기수역의 물고기 중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생선, 웅어. 한강 하구 행주나루터에는 웅어를 관리하던 위어소가 자리했고, 웅어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석빙고까지 설치되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점점 양이 줄어가지만, 가득 잡힌 웅어로 반짝였던 그물을 기억하는 사람들만이 여전히 그곳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행주나루 어부의 아들 박광배 씨와 웅어를 밤새 엮어 동네마다 팔러 다녔던 아버지를 떠올리는 이병재 씨, 행주나루에서 오랜 시간 터를 지키며 살아가는 이복순 어르신, 세 사람 모두 “웅어하면 회!”라고 말하는데. 기름이 돌아 고소한 웅어는 회로 먹었을 때 가장 맛있다고. 옛날에는 지금과는 조금 다르게 웅어를 먹곤 했단다. 대가리와 뼈까지 곱게 웅어를 다지는 날이면 동네 사람들 모두 모여 잔치가 열렸고, 다진 웅어를 동글동글 완자를 빚어 시원하게 웅어완자탕을 끓여내고 돼지기름으로 웅어전을 부쳐냈다. 이 웅어전은 동네 어린아이들이 너도나도 달려와 줄을 서게 했다고. 행주나루 사람들이 평생 잊지 못하고 기억한다는 웅어의 고소한 맛을 찾아간다. 

■ 장항습지, 강과 바다가 만나 다양한 생명을 품어 키우다  

한강 하구 도심 속에 자리 잡은 장항습지는 한강 하구가 막히지 않아 다양한 생태계의 보고를 자랑한다. 특히 한반도에 마지막 남은 강 하구 습지로, 다양한 새와 동물들이 서식 하고 있다. 육지와 바다의 유기물이 모인 장항습지의 갯물 숲에 구멍을 뚫어 습지를 건강하게 유지하며, 신선한 나뭇잎을 먹고 살아가는 말똥게가 이곳의 대표 종이라고. 장항습지의 생태를 연구하는 한동욱 박사를 통해 생물의 공존과 공생의 의미를 담는다. 

■ 기수역은 풍요로운 맛의 곳간 – 대부도 갯벌 습지의 염생식물 이야기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물러나면 드넓은 맛의 창고가 열리는 대부도! 갯가의 염분 있는 땅에는 염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염생식물인 나문재, 칠면초, 함초는 대부도 사람들에게 든든한 식량이 되어주던 갯나물이다. 염생식물에 미네랄 등 영양소가 풍부한 게 알려지면서 요리 전문가 형도윤 씨와 대부도 토박이 김종선 씨는 염생식물을 활용해 건강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하고 있다. 

염생식물 중 함초를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 함초청과 함초즙, 함초육수를 만들어 활용하는 형도윤 씨. 말린 바지락에 함초청을 넣어 감칠맛 나게 조려내고 함초즙을 더해 끓여낸 함초바지락수제비에 알싸한 향을 자랑하는 함초갓김치를 곁들인다. 형도윤 씨의 솜씨에 어르신들도 오랜 옛 음식을 하나를 소개한다. 바로 바지락나문재무침! 옛날부터 남는 나물이라 나문재라고 불리곤 했다는 나문재나물에 같은 시기 찾아오는 바지락을 넣어 새콤달콤하게 무쳐 밥상 위에 올린다. 어르신들의 손맛까지 더해져 향긋한 대부도의 갯물 밥상이 완성된다. 고마운 갯벌이 내어준 산물로 차려낸 귀한 밥상을 만나러 가보자.

■ 남해 기수역의 봄 선물, 사백어를 아십니까? 

경상남도 남해 신전천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 봄이 찾아오면 봄날의 진미, 사백어가 찾아온다. 지역에서는 병아리 또는 뱅아리로 불리는 사백어는 죽으면 하얗게 변한다는 의미로 사백어(死白魚) 또는 모래에 알을 낳아 사백어(沙白魚)의 의미를 담아 불린다고 한다.  산란을 위해 바다를 거슬러 하천에 도착한 사백어는 붕장어의 새끼나 뱅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망둥어과의 회귀성 어종이다. 

봄날에 짧게 왔다 가는 사백어를 잡는 재미에 푹 빠진 윤홍범 씨 가족을 만났다. 가족들이 사백어를 잡기 시작하면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기에 동네 사람들이 한걸음에 달려오곤 한다고. 동네 사람들에게 다 팔지 않고 꼭 챙겨와 가족들도 이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기 시작한다. 사백어를 흐르는 물에 진액만 빼, 초고추장 양념에 무쳐낸 사백어회무침은 두 그릇씩 후루룩 마시게 하는 별미가 되어주고, 사백어에 달걀을 넣고 끓인 사백어달걀탕과 쪽파 듬뿍 넣고 부쳐낸 사백어전은 보릿고개 영양을 채워주던 그 시절 밥상을 떠오르게 한다. 먼바다를 돌고 돌아 다시 찾아온 봄날의 별미, 사백어로 채워진 윤홍범 씨 가족의 한 상을 만난다.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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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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