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 드라마 ‘지리산’이 한국 역사의 아픔까지 품은 새로운 장르물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tvN 15주년 특별기획 ‘지리산’(극본 김은희/ 연출 이응복/ 제작 에이스토리, 스튜디오드래곤, 바람픽쳐스)이 지리산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품고 있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물들이고 있는 것.
김은희 작가는 전작 ‘시그널’에서 현실 속 장기미제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간절함을 얘기했다면, 이번 ‘지리산’ 역시 지리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그 역사와 아픔을 알리고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염원을 그려냈다. 진범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를 메인 줄기로 수 세기 동안 산에 쌓인 사연, 산과 사람을 지키는 레인저들까지 누군가는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가지처럼 뻗쳐 계속해서 등반을 이어가게 만들고 있다.
먼저 연이은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들의 공통점인 1995년 도원 계곡 수해 사건은 실제로 1998년에 일어난 대원사 계곡 수해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극 중 서이강(전지현 분)의 부모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 마을 사람들이 공동 제사를 지내는 장면 역시 현실에서 가져온,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아픈 역사다.
지난 12회에서는 그 비극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게릴라성 집중 호우가 발생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체계적인 대비를 하고 훈련을 해온 레인저들의 뜨거운 사명감과 함께 성공적인 구조를 이뤄내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더 과거로 돌아가 지리산에서 일어난 양민학살도 언급됐다. 바로 3회에서 서이강이 양민학살이 자행되던 현장에 총탄 자국이 남은 나무들을 총알나무라고 부른다고 말했고, 독버섯 음료를 마셨던 금례 할머니의 환각 속 한복을 입은 어른들과 아이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총에 맞아 죽어가던 장면들 역시 그 비극을 떠올리게 했다.
또한 곰을 사냥하기 위해 감자 모양으로 만들었던 사제폭탄과 멸종 위기종인 구렁이를 불법으로 포획한 건강원 직원들, 암암리에 벌어지는 소나무 불법 굴취 등 각종 인명 피해를 막고 생태복원을 위해 노력하는 국립공원 직원들의 모습들도 실제 사례에서 가져온 에피소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다양한 사건들 속 환영을 통해 미스터리한 죽음의 단서를 잡아내던 강현조(주지훈 분)가 생령이 되어서도 지리산을 떠나지 못한 건 그만큼 사람을 살리고 싶은 간절함이 남아서일 터. 이렇듯 드라마 ‘지리산’은 산을, 사람을 지키는 사람들의 진심과 그 염원을 들어주는 지리산의 신호를 전해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에 잔잔하지만 깊은 공감과 감명을 남기고 있다.
‘지리산’ 제작진은 “모티브로 한 실제 사건들 외에도 지리산에는 정말 다양한 역사가 쌓여있다.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한과 아픔과 염원이 모여 쌓여왔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영험한 곳이기에 드라마 속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현조의 간절함도 생령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며 “한국의 오랜 역사와 이곳을 지키려 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품은 지리산이 서이강, 강현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 마지막까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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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이기호 기자 press@cb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