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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호미 한 자루, 그 끝에서 얻은 맛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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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호미 한 자루, 그 끝에서 얻은 맛의 즐거움
  • 박은철 기자
  • 승인 2022.04.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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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CBC뉴스] 봄의 계절,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호미. 흙 속의 보물들을 캐내려면 호미 한 자루는 필수품이다. 우리나라의 ‘호미’가 이제는 해외에서까지 주목받고 있다는데, 각자 인생에서 서로 각기 다른 의미를 품은 호미들이 있다. 학교 대신 밭에 나가 밭일의 선생님이 되어주던 호미부터 육지뿐만 아니라 갯벌에서까지 사용하는 호미도 있다는데.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호미 한 자루의 소중함과 그 위력을 함께 알아본다. 

우리는 아직도 호미를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 충청남도 홍성군  

긴 세월을 함께한,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 바로 호미. 자식들은 일을 그만하라고 성화지만 아직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친구가 바로 호미이다. 오늘은 호미로 콩을 심는데 더 편리한 기계가 나오더라도 시골 어머니들은 제 속도에 맞춰 천천히 함께 나아가는 호미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단다. 이렇게 호미에 대한 추억을 꺼내놓을 수 있는 건 작은어머니와 조카며느리. 고향을 지키고 사는 두 할매에겐 서로가 서로의 이웃이자 호미이다. 이가 거의 없는 작은어머니를 위해 오늘은 조카며느리인 한상분 어르신이 직접 봄나물로 한 상을 차려본다. 

작은어머니가 먹기 좋게 고기도 잘게 다지고 김치와 갓 캐온 냉이까지 넣어주면 냉이 묵은지 두루치기가 금세 완성된다. 일할 때는 아픈 줄도 모른다는 한상분 어르신 그때그때 필요한 재료들을 밭에서 공수하는데, 이번에는 쑥을 캐 된장국에 넣어주면 뚝딱 봄 향기 품은 국이 완성된다. 날이 풀리며 한창 더 바빠질 일만 남았다는 어르신들. 그래도 호미 하나면 끄떡없다는 어르신들과 호미의 봄날 같은 인생을 만나본다. 

바다에도 호미가 있다 - 전라북도 고창군  

끝없이 펼쳐진 검은 펄은 바다 농부들의 보물 창고이다. 물때에 맞춰 연장 하나 손에 들고 출동한다는데, 바로 조개를 캐는 호미. 이맘때는 물총 조개라고도 불리는 동죽이 제철이라 속에 알이 꽉 차 있다는데. 그뿐만 아니라 알이 꽉 찬 모시조개까지 봄이 돌아오면 은순 씨를 반긴다. 호미 한 자루로 캐던 조개이지만 이제는 도구도 발전해 조개를 더 많이 캘 수 있는 ‘갈퀴’로 주로 조개를 캔다. 하지만 은순 씨는 옛날부터 캐오던 호미 한 자루가 편하고 좋아 하직도 호미를 들고 다닌다는데. 도시로 나갔던 막내아들 준진 씨도 어머니 곁으로 돌아와 함께 조개를 캔다. 해감 작업까지 도맡아 한다는데, 어머니의 일을 직접 해보고 나니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우며 고군분투했던 어머니의 고생이 그제야 더 잘 느껴졌단다. 은순 씨가 호미를 든 건 펄에서 뿐만이 아니다. 농작물도 사람이 자주 보살펴 봐줘야 하기에 밭에서도 늘 호미를 들고 평생 호미 한 자루에 의지해 친구삼아 함께 다닌다.  

오늘 갓 잡은 동죽은 된장찌개로도 칼국수로도 먹는 방법이 수도 없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동죽회무침이 최고. 갖은 채소를 버무리고 무치면 끝이다. 바닷가에서는 장조림도 특별히 조갯살로 만든다는데. 아들이 좋아하는 동죽장조림은 한 때 아들의 도시락 반찬을 책임지던 귀한 음식이다. 게다가 동죽 조갯살로 만든 동죽만두. 더불어 아들이 끓인 주꾸미동죽탕까지 상에 올리면 다시 일할 힘이 솟아나는 한 상이 완성된다. 서로의 고생을 알기에 더 힘이 되어주고 싶은 가족의 소중한 한 상을 만난다. 

우리는 직접 호미를 만듭니다 – 경상북도 영주시  

호미 한 자루의 위력이 새삼 다시 느껴지는 오늘날. 그 호미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석노기 장인. 40여 년 대장간의 세월은 흘러도 호미 한 자루를 찾는 이들을 위해 늘 불 앞에서 변치 않는 모습으로 땀을 흘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손으로 하던 예전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꼭 수작업으로 한다는데. 쇠가 식기 전에 재빠르게 해야 하는 작업인 만큼 그 땀방울 하나하나 녹아들어 한 자루의 호미가 완성된다. 처음에는 수출까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지금은 6~7개의 나라에 수출되며 각국 원예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석노기 장인의 자부심 끝에는 늘 곁을 지켜주며 호미 만드는 마무리 작업을 담당하는 아내가 있다. 

아내 황귀화 씨는 이러한 남편의 수고로움을 알기에 공장 식구들의 점심 식사 준비를 도맡는다. 한 번쯤 사 먹어도 될 일이건만 늘 손수 음식을 준비한다는데. 오늘은 보양식으로 가장 먼저 풍기 인삼을 넣은 닭개장을 준비한단다. 한평생 뜨거운 불 앞에서 땀 흘리는 남편을 위해 준비한 오징어돼지고기볶음과 인삼오이무침. 게다가 남은 불에 구운 간고등어까지 더하면 영양 가득한 한 상이 완성된다. 호미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봄, 대장간도 제일 바쁜 이맘때 앞으로도 호미 한 자루의 추억을 책임질 대장간 식구들의 한 상을 만나본다. 

호미, 새롭게 다시 보다 – 경상북도 김천시  

어느 밭이나 봄이면 바빠지는 호미질하는 손. 이곳 김천에는 일곱 마녀들이 산다. 일명 ‘마음씨 예쁜 여자들’을 줄여 마녀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귀농을 했다는 것. 귀농인들에게 호미 한 자루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제각각 시어머니한테 물려받은 호미, 귀농해서 처음 산 호미 등을 손에 쥐고 망초, 냉이 등 봄나물을 캔다. 다들 농사짓는 것도 달라 바쁠 때면 서로서로 돕는다는데. 그중에서도 귀농 12년 차 임미숙 씨는 장을 담그는데 그때마다 마녀들 덕을 많이 본단다. 농사에도 진심, 그리고 요리 연구에도 진심인 마녀들은 때때로 이렇게 모여 맛있는 보양식을 만들어 먹는다. 

흑돼지 등갈비로 만든 맥적을 만들 때 직접 키운 천마를 투하하면 환상의 조합이 완성된다. 그리고 청국장 콩으로는 끓이지 않고 각종 채소와 버무리기만 해도 한 가지 반찬이 만들어진다. 이번엔 직접 키운 버섯으로 버섯전골까지 만든다는데. 귀농의 필수품인 호미처럼 마녀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없으면 안 될 귀한 친구가 되었단다. 달래 장떡에 각종 채소를 넣고 잡채까지 만들면 찬란한 봄날의 한 상이 완성된다.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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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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