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 속담은 선조들의 생활 밀착형 조언이다. 특히나 의식주에 관한 속담은 세월이라는 빅데이터가 도출해낸 결론이나 마찬가지다. 절기에 따라 어떤 음식을 먹어야 탈 없이 미식을 즐길 수 있는지, 수많은 사람의 경험으로 검증된 믿을만한 ‘꿀팁’인 것이다.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조상님들이 말로 남긴 가을 제철 음식을 찾아본다. 또 속담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며 세태에 따라 끝없이 모습을 바꿔온 시대의 단상이기도 하다. 그럼 후대에 전해줄 이 시대의 지혜는 무엇일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미래를 들여다본다.
가을 전어, 도시 며느리를 사로잡다! –충청남도 서산시
서해안의 보고, 천수(淺: 얕은 천, 水:물 수)만은 이름처럼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물고기들이 산란하기 좋은 내해다. 일평생을 천수만에서 보낸 박성옥 선장에게 단연 가을의 맛을 자랑하는 것은 가을 전어다. 겨울이 오기 전 몸에 지방을 저축하는 가을 전어가 어찌나 고소한지 값을 생각하지 않고 사들인다고 해서 전어(錢漁)가 되었단다. 오죽했으면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그 옛날 며느리들이 발길을 돌렸을까. 그런데 박성옥 선장에게는 속담이 그저 옛말이 아닌 모양이다. 배 위로 통통한 전어가 올라오자 도시에서 온 며느리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그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그가 향한 곳은 도시에서 온 작은 아들 박정기 씨 부부의 횟집. 타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정기 씨는 고향에 돌아온 뒤로 갓 잡은 신선한 해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웃음 짓는다. 덩달아 즐거워진 것은 며느리 혜진 씨의 입이다.
다 함께 먹는 아욱국의 참맛! –경기도 고양시
밤낮의 기온 차가 커지는 가을이 오면 작물의 생장 속도는 더뎌지고 맛은 꽉 차게 된다. 그런 자연의 이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농부일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의 아파트 숲 사이에서 밭을 일구는 도시 농부 이상린 씨도 땅에 기대어 산 지 십여 년. 농부 시장을 앞두고 수확을 준비하는 그의 손길이 진중하다. 올해 그가 공들여 맛을 들인 작물은 문 걸어 잠그고 먹을 만큼 맛있다는 가을 채소 아욱! ‘가을 아욱국은 사립문 닫고 먹는다’, ‘가을 아욱국은 사위만 준다’는 속담을 보면 가을에는 아욱국을 먹어야 한다는 선조들의 ‘맛 참견’이 들리는 것 같다.
풍성하여라, 떡메 치는 가을!– 충청남도 보령시
‘가을비는 떡비. 겨울비는 술비’ 라는 속담에서 먹을 것이 풍족한 가을에 비가 오면 일을 쉬고 떡을 해 먹었던 조상님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은고개 마을 사람들도 추수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손을 모아 수확하는 것은 바로 뽕나무 잎! 마을 사람들의 노후 준비를 위해 선택한 양잠 사업이 뽕잎이라는 특별한 수확물을 가져다주었다. 뽕잎 가루와 찹쌀가루 잘 섞은 반죽을 떡판 위에 대령하자 구령에 맞춰 물 묻히고 떡메 치는 모습이 그 옛날 속담 속 한 장면처럼 정겹기만 하다.
대추나무에 웃음꽃 피었네! – 충청북도 보은군
대추의 고장 보은은 대추와 관련된 속담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데. ‘삼복에 비가 오면 보은 처자가 운다’는 말은 대추가 여물 시기인 삼복에 비가 오면 그 해 대추 농사를 망쳐 시집 밑천을 마련하지 못하는 보은 처자가 슬퍼한다는 뜻으로 보은 농민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속담이다. 유난히 가물었던 올해 여름도 보은 농민들은 대추 걱정에 속이 탔다는데. 5년 전 보은으로 귀농한 김동현 씨의 대추밭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귀어를 알아보던 중 생대추의 맛에 반해 보은에 자리를 잡았다는 동현 씨. 올해 가을 대추 수확이 반가운 것도 무엇보다 생대추를 다시 맛볼 수 있어서다. 매년 가을 대추와 사랑에 빠지는 가족을 만나본다.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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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