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 ‘코리아트레일’은 땅끝 해남을 시작으로 파주 임진강역까지 장장 685km에 달하는 장거리 도보 코스이다. 6개 광역시, 29개 시·군·구, 35개 지자체를 통과하며 보부상들이 넘어가던 갈재, 누릿재와 같은 옛길과 향교, 오일장, 역사 유적지 등을 지나는 다채로운 길이다. 그중에서도 마을과 숲, 산길 두루 걸으며 전라도 천년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전라남도 강진군과 나주시 구간. 코리아트레일의 개척자이자 자연 친화적인 도보 문화를 꿈꾸는 도보 여행가 손성일 씨가 여정에 나선다.
강진에서 영암으로 이어지는 코리아트레일 8코스로 들어서면 초입부터 마을이 그려내는 목가적인 풍경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마을 담벼락, 동네 정미소 같은 특별할 것 없는 시골의 일상 풍경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마을을 벗어나 하늘 높이 뻗은 대나무 숲을 따라 걷다 보면 시야가 열리고 드넓은 녹차밭에 들어선다. 한창 무르익은 차밭의 푸르른 풍경이 드문드문 회색빛 기암을 드러낸 월출산 자락 아래 그림같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 않은 덕에 옛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숲길을 오른다. 녹음이 우거진 푹신한 숲길을 따라 금세 누릿재에 닿는다. ‘황토 고개’라는 뜻의 누릿재는 강진과 영암을 잇는 길로 월출산을 넘는 가장 낮은 고개이다. 예부터 남쪽 지방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기 위해 넘었던 길이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으로 유배를 올 때 지났던 길이기도 하다. 선조들이 거닐었던 옛길을 걸으니 누릿재에 얽힌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주 도심에 자리한 옛 관아와 향교 등의 문화 유적과 나주의 진산인 금성산까지 두루 만날 수 있는 코리아트레일 12구간으로 여정이 이어진다. 남도의 젖줄인 영산강을 따라 도심으로 들어서면,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금성관이 나타난다. 금성관은 지방 관리들이 묵었던 숙소로, 커다란 현판이 걸려 있는 금성관 정청은 조선 시대 객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금성관 대청마루에 앉아 역사의 숨결을 느껴본다.
도시민들의 시원한 휴식처가 되어주는 한수제를 기점으로 금성산 봉우리를 넘어 장원봉(금영정)에 오르는 산행을 시작한다. 높진 않지만, 나주 시가지와 가까워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금성산. 편안한 흙산인가 싶더니 이내 숨어 있던 바윗길이 군데군데 드러나 지루할 틈이 없다. 능선을 한 바퀴 돌아 금영정이 자리한 장원봉에 닿자, 영산강과 나주 시내, 나주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멀리 월출산과 무등산까지 희미하게 그려진다. 자연과 길에 서린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풍경을 ‘영상앨범 산’에서 만나본다.
KBS 2TV ‘영상앨범 산’은 30일 오전 7시 30분에 방송된다.
▶설명의 神을 만나고 싶다면?
▶핫이슈가 궁금할 때, 지금 클릭!
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