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 지난 3월, 치매를 앓는 97세 할머니가 같은 동네에 사는 80대 노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현장을 할머니의 손녀가 목격해 남자를 잡아 경찰에 넘겼고, 검사 결과 할머니의 몸에서 노인의 타액이 발견되기까지 했다.
치매 때문에 기억을 잘 못하는 할머니를 대신해 목격자 진술까지 마친 가족은 가해자인 박 노인이 처벌받을 거라고 의심의 여지없이 믿고 있었는데. 변호사를 통해 듣게 된 수사 결과는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경찰이 가해자 노인을 무혐의 처분해서 검찰에 기소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장을 목격한 목격자도 있고 노인의 DNA가 발견되었는데도 왜 할머니는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걸까.
목격자와 증거가 있는데도 박 노인은 절대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할머니가 먼저 자신을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고는 옷을 벗었다며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가 자신을 유혹한 거라고까지 말하는 박 씨. 피해자인 할머니가 치매로 진술을 할 수 없게 되자 경찰은 박씨의 진술만을 받아들여 사건에 강제성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는데.
기억을 잃은 97세의 치매 할머니에게 닥친 악몽. 그 날의 상황을 기억도, 진술도 하지 못하는 할머니는 법으로조차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할머니는 어떻게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해야 할까. 얼마나 더 많은 노인 성폭행 피해자들이 편견과 싸워야 그들의 피해가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SBS ‘궁금한 이야기Y’는 17일 밤 9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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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