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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매실부터 어란까지…여름철 진상(進上)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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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매실부터 어란까지…여름철 진상(進上) 밥상
  • 박은철 기자
  • 승인 2021.06.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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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CBC뉴스] 물길 따라 거둬들이던 전국각지 가지각색의 산물들. 임금님 밥상에 오르던 귀한 식자재가 이제는 우리의 밥상 위에 오른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여름철 보양을 책임지는 진상(進上) 밥상을 만나본다.

과거에는 세곡의 수송과 보관을 담당하던 조창(漕倉)과 해창(海倉) 등의 기관이 있었다. 이곳에 모인 특산물은 뱃길 따라 한양으로 전해져 임금 혹은 고관에게 진상되기도 했다는데. 특히 보양식이 필요한 더운 여름철이면 수많은 식자재가 수라상 위에 올랐다. 해독 작용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매실, 맑은 물을 좋아하는 은어, 껍데기까지 버릴 데가 없는 백합, 그리고 정성 가득 들여 만든 어란까지.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과거 수라상 위에 진상되었다고 전해지는 식자재를 우리 밥상 위에서 만나본다. 

앞마당으로 온 가족이 소풍 가는 날 – 전남 구례 매실  

망종(芒種)이 지난 지금이 바로 매실 수확 철! 마을 인구의 대부분이 매실을 수확한다는 전남 구례의 한 마을에선 한 쌍의 부부가 매실 수확에 한창이다. 매실에도 종류가 있다는데, 다 익어도 붉은빛이 없는 청매로는 주로 장아찌를 담그고, 익으면 붉은빛을 띠는 홍매로는 효소를 만들어 먹으면 제격이다. 한입 베어 물면 절로 입안을 감싸는 신맛 덕분에 매실은 소화에도 좋다고 소문이 나 있는데. 정영이 씨 부부는 이처럼 귀농 25년 만에 매실 박사가 됐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들 석우 씨는 아이들까지 좋아할 법한 매실 음식을 만들며 매실 알리기에 나섰다고.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식자재인 매실인 만큼 과거 매실을 가공하던 방식이 따로 있다는데. 짚을 태워 그 연기에 매실을 훈연하고 볕에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완성되는 오매(烏梅)가 바로 그것이다. 오매(烏梅)와 다른 약재들을 함께 끓인 제호탕은 약으로도 사용했다고! 이에 질세라 아들 석우 씨는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매실 빙수를 만든다. 그 외에도 다양한 매실 조리법을 늘 고민한다는 석우 씨. 게다가 영이 씨의 큰언니까지 매실의 매력에 빠져 얼마 전 이웃집으로 귀농을 했다는데. 자매가 함께 만든 머윗잎쌈밥부터 매실청돼지고기 두루치기까지. 매실 가족의 임금님 수라상보다 귀한 한 상을 만나본다. 

섬진강 따라서 온 귀한 생선 - 전남 구례 은어  

깊은 밤 섬진강 인근,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은 바로 고병기 씨와 아내 류복숙 씨이다.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 병기 씨는 은어가 나오는 시간대에 맞춰 신중하게 투망을 하는데, 역시 많이 해 본 솜씨답게 한가득 잡아 올린다. ‘철이 늦더라도 나오는 대로 진상하라’라는 내용의 문헌이 남아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은어의 맛을 알아주었다는데. 지금은 이런 은어의 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남편이지만 처음 구례에 와 처가살이를 시작했을 때는 많이 방황했다고 한다. 덕분에 아내 복숙 씨에게 은어는 힘들었던 그 시절의 기억을 물어다 주는 생선이라는데. 눈물로 보낸 시절도 많았지만,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고 살게 됐다는 부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 시절의 아픔을 지우는 밥상을 차린다. 

이맘때 잡은 은어는 빼가 얇아 통째로 먹어도 된다는데, 병기 씨가 오랜만에 아내를 위해 특제 양념을 곁들여 은어밥을 만든다. 지금이야 잡은 걸 바로 먹지만 과거 생선을 한양까지 보낼 때는 말려서 보내는 방법이 제일이었다. 옛 선조들의 지혜처럼 말린 은어를 사용해 국물을 내고 따로 면을 삶아 만든 은어국수는 더운 여름을 이기게 해 주는 맛이다. 게다가 이맘때 은어와 함께 잡히는 민물 생선의 제왕, 쏘가리. 쏘가리 매운탕부터 남편이 직접 숯불에 구운 은어구이까지! 그 시절 추억의 맛이 이제는 뜨거운 여름처럼 부부의 마음을 녹인다. 

이모의 너른 품처럼 가득한 바닷속 진상품 – 전남 영광 백합  

영광 법성포는 조창이 있어 주변 지역의 많은 산물을 저장하고 운반하던 곳이다. 그중 오히려 예전보다 지금 더 귀해진 식자재가 있다는데, 바로 백합이다. 선례 씨는 이 귀하디 귀한 백합 속에 아주 많은 사연을 품고 있다고 한다. 결혼 직후부터 장사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졌던 선례 씨. 선례 씨의 동생 선아 씨는 바쁜 선례 씨를 대신해 선례 씨의 아이들에게 손수 음식을 해 주고 돌봤단다. 

당시 선아 씨의 나이 열일곱. 아이들의 입맛에 맞춰 장사하고 남은 작은 조기로 만들던 조기전의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남편 재덕 씨도 아내가 바쁠 때 늘 아이들의 입맛을 책임져 왔다는데, 재덕 씨의 특기이자 백합 본연의 맛을 즐기기 좋은 백합회무침을 만든다. 게다가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던 엄마표 백합삼죽부터 가족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고추장굴비까지. 고생스러웠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서로에게 힘이 돼 주던 가족들. 임금님 부럽지 않은 한 상 앞에서 서로를 다독인다. 

짭조름 일품 감칠맛 – 전북 남원 어란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골이라고 불리는 전북 남원의 한 마을. 이곳에서는 지금 어란 말리기가 한창이다. 신창현 요리사는 2년째 양재중 요리사에게 어란 만드는 걸 배우고 있다. 어란 만들기는 손질부터 꼼꼼한 관리까지 손이 여간 많이 가는 작업이 아니라는데. 지금은 전통 소주를 이용해 수시로 어란을 닦으며 말리는 시기라고! 그 이후에 다 말린 어란을 항아리에 넣고 숙성시키면 먹을 수 있는 어란이 완성된다. 어란 중에서도 최고로 쳐준다는 숭어어란. 궁중 주안상에도 올랐다는 어란은 사실 그냥 그 자체를 먹는 방법만 알려져 있는데, 오늘은 특별한 어란 음식을 만들어 본단다. 

이에 앞서 어란 배우기에 한창인 젊은 요리사들을 위해 어머니가 두 팔을 걷고 나섰다. 이곳 지리산에서 맛볼 수 있는 흑돼지의 허벅지살로 수육을 만드는데, 초피나무와 사과즙만 있으면 식감 좋은 수육이 뚝딱 완성된다. 수육으로 기력을 보충한 요리사들은 미리 숙성시켜 두었던 어란을 다지고 잣과 꿀을 넣어 어란 다식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감사한 스승과 스승의 어머니에게 보답하고자 신창현 요리사가 솜씨 발휘를 한다는데. 미리 준비해 온 꽃게를 넣고 만든 해산물된장초무침과 특별한 방식으로 만든 어란감자전까지. 누군가를 위해 차리는 진정으로 귀한 진상 밥상의 의미를 되새긴다.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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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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