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산업군이 인력 부족 고민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이 인재 유출을 막고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직을 원하는 직원을 사전에 감지하고 케어해주며, 성희롱을 하는 상사를 찾아내 조기 대응하는 등 AI를 활용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자는 목적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단순히 인력 유출에 국한하지 않고 인력 관리 시스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료사무 전문 위탁업체 ‘솔라스트’는 지난해 6월부터 인사업무에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직원 이직률이 기존 37%에서 절반 이하인 16%로 떨어졌다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해당 AI는 프론테오(FRONTEO)가 개발한 클라우드 서비스인 키빗(KIBIT)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는 매주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직 위험도가 높은 직원을 찾아냈다. 솔라스트는 신인 스태프에 대해 연 7회 정기면담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 면담 기록을 AI가 분석해 이직 위험률이 높은 직원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AI는 과거에 이직한 직원의 발언 내용과 사내 인재담당자가 이직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한 발언 내용 등 약 400건의 데이터를 학습 데이터로 삼았다. 이러한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면담 내용이 추가 업데이트되면서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 이직 가능성이 높은 직원을 선정하는 것이다. 솔라스트는 AI가 선정한 이직 가능성이 높은 직원에 대해 심층 면담을 실시하며 문제점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히타치솔루션즈가 선보인 ‘리시테아 AI분석’도 이직방지를 위한 AI 서비스로 유명하다. 히타치솔루션즈의 인사 패키지 리시테아로 관리하는 사원의 개인정보와 근태 데이터 등을 AI의 학습 데이터로 삼았다. 과거 6개월간의 근태 데이터를 인식시키면 이직가능성이 높은 사원을 검출해낸다.
히타치솔루션즈는 지난해 여름부터 해당 AI 시스템을 외부 기업에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한 고객사는 AI가 지적한 사원과의 면담에서 “이동 거리가 늘어나 근무시간이 길어져 심리적인 부담이 높아졌다”는 고민을 듣고 이 사원을 기존 부서로 발령 조치 하면서 이직을 막았다고 밝혔다.
히타치솔루션즈는 AI 서비스를 적용한 결과 ‘유급휴가를 많이 쓴다’, ‘휴일 출근이 적다’, ‘지각이 잦다’는 등 3개 조건을 다 갖춘 사원의 이직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TIS가 개발한 HR액세스먼트 서비스 역시 최근 이직 방지 AI서비스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AI가 기업의 인사데이터를 분석해 이직과 휴직 위험이 높은 사원 등 인사에 관련된 과제를 지적해준다. 결정 트리와 로지스틱스 회복 분석 등 여러 분석수법을 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W개발사인 웍스애플리케이션스(Works Applications)는 이직 위험도가 높은 사원에 관한 데이터를 바로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을 올 하반기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해당 시스템은 이직 리스크가 높은 사원을 검출하는 ‘근태 모니터’라는 기능이다. 통합기간업무시스템(ERP) ‘HUE’의 근태관리 모듈에 추가될 예정이다. 이직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된 사원의 휴일 출근과 유급휴가 취득상황을 확인하는 등 인사담당자에게 이직 위험이 높은 사원의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알려준다.
프론테오의 메일 감시 시스템 ‘KIBIT Email Auditor’를 이용해 성희롱을 하는 상사를 판별하는 기업들도 있다. AI 클라우드 서비스인 KIBIT은 정보 유출과 담합 등의 의심이 있는 메일을 검출해낸다. 메일의 내용에서 성희롱이나 위력을 일삼는 이가 있다면 즉각 발견하고 알려줘 사원 보호 조치를 해줄 수 있게 한다.
일본IBM의 AI 서비스 ‘IBM Watson Career Coach’는 다른 부서로 이동하고 싶거나 또는 새로운 업무와 기술 취득 등을 원하는 직원에게 사내에서 모집 중인 새로운 업무를 제시해주거나 적합한 방법을 제안해준다.
직원이 보유한 기술과 지금까지의 직무경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내에서 모집 중인 여러 직종 데이터 내용을 IBM의 AI 시스템 ‘Watson’으로 분석해 사원의 기술과 직업에 맞는 직종을 표시해준다.
TIS가 올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인 ‘멘토링봇 서비스’는 직원의 의욕향상을 북돋아주는 방식을 택해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선배가 신입 직원을 케어하고 조언해주는 멘토링 역할을 AI를 조합시킨 자동대화시스템인 챗봇이 대신해주는 것이다. TIS는 챗봇이 선배의 역할을 대신해주면서 세밀한 케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장보은 코트라 일본 도쿄무역관은 “현재 일본은 인력 부족으로 인재 유출이 회사의 손실로 직결되는 상황”이라며 “인재 유출은 단순한 노동력 부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사내 기밀 유출부터 신규 채용에 소요되는 비용적 측면 등 기업에 큰 손실을 안겨줄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AI의 도입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며 “과거에는 근무 환경 개선이나 성희롱 문제 등은 직장 생활의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인권의식의 향상과 직원복지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담당자들이 깨닫지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을 AI가 객관적 통계를 바탕으로 발견해 이직 위험도가 높은 직원을 사전 케어할 수 있다는 점은 직원의 충성도를 높여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