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전면 공세에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외환보유액은 늘어나는 등 무역전쟁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10일 로이터통신은 중국 인민은행의 발표 자료를 인용해 5월 기준 외환보유액 3조1010억 달러(약 3679조3365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달보다 60억 달러(약 7조1190억 원) 증가(0.2%)한 수치입니다. 위안화는 같은 기간 2.5% 떨어져 올해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로이터통신 등은 중국 정부가 달러를 시장에 내놓지 않는 환율 방어 측면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이 외환 부족을 치고 들어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셈입니다. 달러화를 최대한 비축하면서 위안화 약세와 무역수지 감소를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4월 기준 중국은 외환보유액 세계 1위 국가입니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자국 통화이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사실상 큰 의미가 없습니다. 외환보유액 상위 국가는 중국에 이어 일본(1조2935억 달러), 스위스(8068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5051억 달러), 러시아(4911억 달러), 대만(4648억 달러), 홍콩(4364억 달러), 인도(4188억 달러), 한국과 브라질(3838억달러) 순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외환보유액 증가세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시장 개입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 개입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외환 시장은 위안화의 심리저지선인 ‘포치’(破七)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냔 우려였습니다. 포치란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위안화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중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시장 자율에 맡기지 않았음을 입증했습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3월 미국 국채 204억5000만 달러를 처분하며 미국에 으름장을 놓은 바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3월 기준 1조1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의 관세 강도가 거세지면 국채를 최대한 처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러한 시나리오가 미국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중국은 외환보유액을 지속적으로 늘리기엔 여러 위험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이 미국과 동등한 패권국임을 선언하며 야심차게 추진한 글로벌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일대일로 추진에 상당량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며 해당 자금은 외환보유액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또한 1년 만기의 단기 외채부터 외국인의 자본 철수 등 리스크 변수를 방어할 수 있는 재원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역시 외환보유액이 일정 부분 담보용으로 쓰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고 환율 방어에 지속적으로 나서겠다는 전략이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편 중국은 금 보유량 확대에도 꾸준히 나서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황금 보유량이 지난 4월 6110만 온스에서 5월 6161만 온스로 51만 온스 늘어났다고 전했습니다. 기축통화 달러에 맞서기 위한 전통 안전자산인 금까지 동원하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