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 손수 집을 지으며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내 손으로 지은 집, 내 손으로 지은 밥. 한 끼에 온 정성을 쏟아 넣는 그들만의 밥상을 만난다.
내 손으로 집을 짓는다?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자급자족하던 삶을 지나 편리함을 추구하는 요즘, 집을 직접 짓는다는 건 기인들이나 하는 특별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최근 다시 직접 내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 일명 ‘메이커스 붐’이 일어나면서 손수 집을 짓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어릴 적 꿈꿨던 나무 위의 집, 한 울타리 한에서 따로 또 같이 사는 부부의 옛집과 새집, 농촌으로 돌아온 신혼부부의 달콤한 신혼집, 마지막으로 홀로 사시는 어머니를 위해 효자 아들이 직접 개조한 촌집까지 사는 곳이 달라지면 먹는 것도 달라지기 마련인데.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손수 지은 집과 밥으로 이들이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일지 알아본다.
영원한 소년이 지은 트리하우스에서 인생의 맛을 찾다-강원도 홍천군
산속 깊은 곳으로 향하는 한 남자. 어딜 가나 했더니 산속에 자리한 토종꿀을 만나러 간다는데. 꿀만 채취하는 줄 알았더니 송이부터 산양삼까지. 산이 주는 소중한 선물들을 품에 가득 안고 동네 친한 동생들과 함께 향한 곳은 바로 트리하우스! 서경석 씨는 8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직접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트리하우스를 지었다. 산속에서 살며 집을 짓는 것만큼 먹는 것에도 애를 쓴다는 그는 뭐든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데 손재주 좋은 이들이 만나 직접 그들의 한 상을 차린다.
먼저 마른 벌집을 녹여 떡을 만든다는데, 벌집을 녹이고 다시 굳히는 과정은 번거롭지만 어린 시절 어른들의 지혜를 그대로 이어받아 하나하나 제 손으로 하는 게 서경석 씨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참기름과 밀랍을 넣고 녹인 물을 떡판에 붓고 떡메를 치면 떡이 달라붙지도 않고 빨리 상하지도 않아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진다. 밀랍꿀떡에 이어 이들은 밥도 평범하게 짓지 않는다는데, 긴 쇠줄에 냄비를 걸어 장작불에 위에 올린다. 거기에 송이, 산양삼, 잣을 잔뜩 넣어 건강까지 한 번에 잡는 영양밥을 짓는다. 게다가 지금은 뜨끈한 국물이 필요한 날씨! 소고기 버섯전골까지 완성하며 평생 소년의 마음으로 살아갈 세 남자의 동화 같은 삶으로 들어간다.
우린 부부지만 따로 또 같이 산다!-경상북도 문경시
내년 봄을 위해 웃자란 미라리 대를 잘라주고 있는 장덕근, 이옥금 부부. 때론 투닥거리고 때론 알콩달콩하게 일을 하던 이들은 일을 끝낸 후 집으로 향하는데 이게 웬걸! 분명 부부인데 각자의 집으로 따로 들어간다. 한 울타리 안이지만 따로 산다는 부부. 몸이 좋지 않은 장인어른을 모시고 살 무렵 세 사람이 살기엔 불편한 집이기에 그 옆에 새롭게 집을 짓게 된 남편 장덕근 씨. 그때부터 부부는 자연스럽게 한 울타리 안에서 따로 살게 되었단다. 음악 취향도 취미 생활도 확연히 다르다는 부부. 트로트를 즐기는 남편과 클래식을 즐기는 아내는 각자의 공간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먹는 것은 함께 모여 하지만 그 전에 이렇게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준비하면 반찬 투정할 일도 없고 금세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한 상이 차려진단다. 취미 생활 만큼이나 입맛도 다른 부부! 먼저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은 돼지족살과 능이를 넣고 제육볶음을 만든다. 반면 아내 이옥금 씨가 만드는 음식은 들깨 토란탕과 돼지껍질냉채! 사실 돼지껍질냉채는 남편을 위한 음식이라는데. 아내를 위해 지붕도 고쳐주고 추울까 창문도 막아주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 담겨있단다. 따로 만들어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부부. 한 울타리 속 아내의 옛집과 남편의 새집으로 그들만의 삶의 의미를 찾은 부부를 만나본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경상북도 예천군
예천군 은풍면의 한 마을, 고향으로 돌아와 3년 전부터 꾸준히 집을 고치고 있는 김경만 씨는 올해 아내를 맞아 세심한 소품 하나하나에 더 힘쓰고 있다. 경만 씨 뿐만 아니라 고향으로 귀농한 친구 두 명과 함께 삼총사라고 불리는 이들은 그때 그 시절처럼 감나무 밑에 모여 감을 따며 추억에 젖었다. 이렇게 다시 모여 사는 일은 너무 재미있다는데 이들이 늘 모이는 장소는 바로 경만 씨의 집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남편 친구들이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게 좋다는 아내 난주 씨. 삼총사는 그동안 얻어먹기만 했던 미안함을 담아 난주 씨에게 음식을 배워본다는데.
그에 앞서 난주 씨가 가장 먼저 뽐낸 음식은 바로 닭발! 홍시로 단맛을 보태 삼총사의 입맛을 저격했다. 삼총사가 난주 씨에게 배울 요리는 바로 돼지고기전말이. 난주 씨가 없을 때는 맨날 셋이 모이면 라면에 밥 말아 먹기 바빴는데 이제는 육전으로 말이를 만드는 호사를 누려 행복하다는 세 사람. 이번엔 삼총사가 스스로 오합지졸 꿩고기 음식을 해보기로 한다. 어리숙한 솜씨로 만들어졌다지만 생각보다 맛이 뛰어난 꿩볶음탕까지. 비어가는 집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아내와 친구들이 함께 차린 밥상을 만나본다.
어머니를 위한 효자 아들의 촌집 수리! –충청남도 서산시
외딴 마을의 한 시골집. 엄마 된장 아니면 못 먹겠다는 자식들 말에 메주콩을 준비하는 86살 최화분 어르신! 살금살금 다가와 일하는 화분 씨를 놀라게 하는 건 다름이 아니라 막내아들 조덕상 씨이다. 엄마가 깜짝 놀라는 모습이 좋은 덕상 씨는 화분 시 몰래 대문을 고쳐 놀라게 하더니 이젠 아예 집안과 헛간까지 개조해 어머니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결국 화분 씨를 울게 했단다. 원래 빨간 지붕이던 집을 아내를 위해 파란 새 지붕으로 수리하다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이 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아들 조덕상 씨. 아들의 마음을 아는 어머니는 겨울이지만 따뜻하다.
고마운 아들을 위해 화분 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음식을 준비하는데 아들이 오면 주려고 오래오래 가지고 있던 귀한 도라지로 만든 닭백숙과 아들이 어린 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빠지지 않았던 감자지짐까지. 이에 지지 않고 아들 덕상 씨는 돈 한 푼이 아까워 재료를 아끼는 어머니를 위해 해산물을 잔뜩 넣어 연포탕을 끓인다는데. 누구보다 따뜻한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의 행복을 위해 힘쓰는 효자의 밥상을 만나본다.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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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