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판사 중앙일보 칼럼, 젊은 층에 큰 공감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을 두고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서울동부지법 문유석 부장판사가 이번에는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이라는 10일자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SNS 스타가 되고 있다.
문유석 판사는 칼럼을 통해서 전국의 다양한 직장의 부장님들과 간부들은 젊은 층의 시간을 빼앗지 말며 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주면서 겸손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전했다. 이 글이 올라온 이후 SNS 상에서는 문유석 판사에 깊은 동감을 보내고 있다.
네티즌들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했다", "동감 100만 배", "어쩜 이리 촌철살인의 말을 남겨주시는지", "우리 부장님이 반드시 봐야 할 칼럼"이라는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문유석 판사는 지난해 5월 여성 혐오 범죄로 알려진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에 대해 공동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문유석 판사는 자신이 펴낸 저서 '개인주의자 선언'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100% 동물이다. 그것도 흉폭한. 사회란 약육강식의 정글이고. 평화로운 자연상태 같은 것은 존재한 적도 없다"며 "인간은 문명이라는 구속복을 입기 시작하면서 가까스로 아슬아슬한 인위적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약자에 대한 공격, 혐오 본능의 발현에 대해서는 다소 과도할 정도의 분노, 경고,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며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는 연대의식은 약육강식의 본능을 억제하는 최소한의 구속복"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것보다 약자의 분노 과도, 비합리성에 대해 투덜거리는 것을 우선하는 이들은 인간들의 야수적 본능(그리고 문명의 허약함)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거나 무지하다"고 덧붙였다.
문유석 판사는 다른 글에도 "어느 시대에나 타자의 고통에 대해 가장 예민한 이들, 가장 '호들갑스럽게'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길거리에서 타살당할 염려 없이 일상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 문장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나는 너무 쉽게 '염려 없이'라는 네 글자를 쓴 것이 아니었을까. 나 역시 나와 다른 이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공포를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고 착잡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문유석 부장판사는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 하버드 로스쿨 법학 석사를 이수하고 사법연수원을 26기로 서울중앙지법과 서울행정법원 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 인천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미스 함무라비'라는 제목의 법정 활극을 써내며 법조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저서에는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등이 있다.
다음은 중앙일보 10일자에 게재된 문유석 부장판사의 칼럼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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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판사의 일상有感]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
새해 첫 칼럼이다. 거창하기만 한 흰소리 말고 쓸모 있는 글로 시작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부장 직함을 달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을 포함한 전국 다양한 직장의 부장님들 및 이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분들이 명심할 것들을 적어 보겠다. 경어체가 아님을 용서하시라.
저녁 회식 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뿐이다. 할 얘기 있으면 업무시간에 해라. 괜히 술잔 주며 ‘우리가 남이가’ 하지 마라. 남이다. 존중해라. 밥 먹으면서 소화 안 되게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자유롭게들 해 봐’ 하지 마라. 자유로운 관계 아닌 거 서로 알잖나. 필요하면 구체적인 질문을 해라. 젊은 세대와 어울리고 싶다며 당신이 인사고과하는 이들과 친해지려 하지 마라. 당신을 동네 아저씨로 무심히 보는 문화센터나 인터넷 동호회의 젊은이를 찾아봐라. 뭘 자꾸 하려고만 하지 말고 힘을 가진 사람은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뭔가를 할 수도 있다는 점도 명심해라.
부하 직원의 실수를 발견하면 알려주되 잔소리는 덧붙이지 마라. 당신이 실수를 발견한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위축돼 있다. 실수가 반복되면 정식으로 지적하되 실수에 대해서만 얘기하지 인격에 대해 얘기하지 마라. 상사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처음부터 찰떡같이 말하면 될 것을 굳이 개떡같이 말해 놓고 찰떡같이 알아들으라니 이 무슨 개떡 같은 소리란 말인가.
술자리에서 여직원을 은근슬쩍 만지고는 술 핑계 대지 마라. 취해서 사장 뺨 때린 전과가 있다면 인정한다. 굳이 미모의 직원 집에 데려다 준다고 나서지 마라. 요즘 카카오택시 잘만 온다. 부하 여직원의 상사에 대한 의례적 미소를 곡해하지 마라. 그게 정 어려우면 도깨비 공유 이동욱을 유심히 본 후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는 요법을 추천한다. 내 인생에 이런 감정이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용기 내지 마라. 제발, 제발 용기 내지 마라.
'내가 누군 줄 알아' 하지 마라. 자아는 스스로 탐구해라. '우리 때는 말야' 하지 마라. 당신 때였으니까 그 학점 그 스펙으로 취업한 거다. 정초부터 가혹한 소리 한다고 투덜대지 마라. 아프니까 갱년기다. 무엇보다 아직 아무것도 망칠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하려면 이미 뭔가를 망치고 있는 이들에게 해라. 꼰대질은, 꼰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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