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YPC 제공]](/news/photo/202610/614416_422049_4744.jpg)
[CBC뉴스] 전설이라는 말은 대개 과거를 향한다. 한 시대를 정점으로 묶고, 그 뒤의 시간은 그 정점을 돌아보는 데 쓰인다. 가수에게 대표곡을 물으면 답이 쉽게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정점이 하나라면 대표곡도 하나로 모인다.
조용필에게는 이 공식이 잘 맞지 않는다. 2018년 MBC FM4U는 데뷔 50주년을 맞아 음악전문가 100명에게 조용필 최고의 노래를 물었다. '단발머리', '꿈', '바운스' 세 곡이 함께 꼽혔다.
세 곡은 서로 다른 시대에 놓여 있다. '단발머리'는 1980년 정규 1집, '꿈'은 1991년 13집, '바운스'는 2013년 19집에 실렸다. 첫 곡과 마지막 곡 사이에는 33년이 있다. 정규 데뷔 앨범의 노래와 데뷔 45년 차에 낸 노래가 같은 질문에서 나란히 최고로 불렸다. 그의 전성기를 한 시점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조용필의 이력은 정점의 기록이라기보다 갱신의 기록에 가깝다. 트로트와 스탠더드 가요가 주류이던 시절, 신시사이저 리프로 문을 여는 이 곡은 첫 정규 앨범에서부터 가요의 문법을 바꾸려 한 시도로 읽힌다.
같은 앨범에는 '창밖의 여자'도 실렸다. 절규하듯 터지는 발라드와 경쾌한 리듬의 '단발머리'가 한 장의 음반 안에 함께 있었다. 한 가지 장르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 방식은 이때부터 이미 드러나 있었다.
같은 설문에서 최고의 앨범으로는 7집, 1집, 13집, 19집이 꼽혔다. 7집의 '여행을 떠나요', '어제 오늘 그리고', '미지의 세계'는 조용필 음악의 뿌리가 록에 있다는 근거로 거론됐다. 히트곡 가수라는 이름 아래 밴드 음악가의 정체성이 놓여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 정체성은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밴드 위대한탄생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무대 위에 남아 있다.
'바운스'에 대한 평가는 이 갱신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작사가 김이나는 같은 설문에서 오래 기다린 만큼 커진 기대를 넘어선 축제 같은 곡이라는 취지로 이 노래를 평했다. 거장의 귀환이 기대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넘어섰다는 평가다.
'바운스'가 실린 19집 ‘Hello’는 2003년 18집 이후 10년 만의 정규 앨범이었다. 10년의 공백 뒤에 내놓은 결과물이 익숙한 문법의 반복이 아니라 젊은 사운드였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귀환보다 재출발에 가까운 기록으로 남았다.
전문가의 평가와 대중의 반응이 늘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조용필의 경우에는 두 축이 여러 번 겹쳤다. 2013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올해의 가요 1위는 '바운스'(13.6%)였다. 연령별로는 10대와 20대가 EXO의 '으르렁'을, 30대 이상이 '바운스'를 가장 많이 꼽았다. 1950년생 가수가 아이돌 그룹과 같은 조사표에서 세대별 1위를 나눠 가졌다.
'꿈'도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지난해 10월 KBS 2TV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프리퀄'에서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소개됐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이 언급된 조용필의 곡은 '꿈'이었고, 세대 공통의 감상 키워드는 '사랑하다'와 '대단하다'였다.
'꿈'은 화려한 도시를 동경해 고향을 떠난 이가 마주한 외로움을 담은 노래다. 1991년의 노래가 30년 넘게 세대를 가리지 않고 불리는 배경에는, 낯선 곳에서 버티며 꿈을 놓지 않으려는 마음이 어느 시대에나 통하는 정서라는 점이 자리한다.
2018년 설문은 19집까지를 대상으로 했지만, 조용필의 목록은 그 뒤로도 닫히지 않았다. 정규 20집 ‘20’은 2024년 10월 22일 공개됐다. 19집 이후 11년 만의 정규 앨범이었고,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응원가로 소개됐다.
데뷔 50년을 훌쩍 넘긴 가수가 건넨 위로라는 점에서 이 노래의 메시지는 남다른 무게를 얻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10년, 11년의 간격을 두고 앨범을 내 온 그 자신의 이력과도 겹쳐 읽힌다.
이 신곡은 1년 뒤 대형 무대에서 고전들과 같은 자리에 섰다.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는 지난해 9월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무료 공연으로 열렸고, 추석 당일인 10월 6일 KBS 2TV로 방송됐다. 조용필이 KBS에서 1997년 '빅쇼' 이후 28년 만에 선보인 단독 무대였다.
무대는 전문가들이 최고 앨범으로 꼽은 7집의 '미지의 세계'로 열렸다. '꿈', '바람의 노래', '그래도 돼' 등이 이어졌고, 앙코르는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운스', '여행을 떠나요'로 채워졌다. 방송은 전국 시청률 15.7%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 18.2%가 나온 장면은 신곡 '그래도 돼'를 부르던 대목이었다.
최고 시청률이 고전이 아닌 신곡에서 나왔다는 점은 가볍지 않다. 다음 무대도 이미 정해져 있다. 소속사 YPC에 따르면 조용필은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2026 조용필 & 위대한탄생 콘서트'를 연다. 올해 1월 같은 장소에서 전국 투어 서울 공연을 마친 지 약 10개월 만이다. 예고된 곡 목록에는 '태양의 눈', '바람의 노래', '꿈', '바운스'가 포함됐다. 전문가가 꼽은 세 곡 가운데 두 곡이 이름을 올렸다.
11월 KSPO돔 무대에서 신곡이 고전들 사이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이 된다.
![조용필 정규 20집 발매 기념 콘서트[YPC 제공]](/news/photo/202610/614416_422050_475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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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심우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