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헌법 개정을 오랫동안 주장해 온 일본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이른바 평화헌법 개정을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타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이하 유신회)는 한층 더 나아가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체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논의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자민당과 유신회 등 여당은 개헌안 발의선인 310석을 크게 웃도는 352석을 확보했다. 참의원(상원)은 여전히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지고 있어 당장 개헌안을 발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정국 주도권을 쥔 여당이 논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정치적 토대는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헌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자민당의 차세대 간판으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10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기회를 가능한 한 빨리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 절차를 밟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신속히 실현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조문 개정 방향에는 말을 아꼈지만, 조기 국민투표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자민당은 그동안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는 것을 개헌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 왔으며, 이번 총선 공약에도 이를 포함시켰다. 현행 헌법 9조는 1946년 공포된 평화헌법의 핵심 조항으로,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등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군사 조직인 자위대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이 ‘헌법과 현실의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자민당의 논리다.
연립 여당인 유신회는 한층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유신회 대표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 논의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하며, 자민당과 유신회가 이미 개헌을 위한 협의체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헌법 9조의 자위대 (명기) 방식은 정면에서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해, 9조 개정 논의를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신회는 자민당보다 더 보수적인 정당으로, 단순한 자위대 명기를 넘어 집단 자위권 전면 용인, 자위권 명기, 국방군 설치와 군인의 지위 명기 등 보다 폭넓은 안보·군사 권한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같은 유신회의 요구가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개헌 구상에 본격 반영될 경우, 일본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80여 년 만에 실질적인 ‘전쟁 가능 국가’로 변모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총선 승리 직후 다카이치 총리 역시 개헌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날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을 향한 도전도 진행할 것”이라며 “그동안의 논점 정리와 논의 축적에 기반해 각 정당의 협력을 얻으면서, 조금이라도 빠르게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이뤄질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각오”라고 말했다. 총선 유세 기간에는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안보 정책 전반의 재편 움직임도 병행되고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날 방위비(방위 예산) 증액과 관련해 “필요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선거 기간) 긍정적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위비 증액에 대한 유권자들의 수용성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향후 예산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12∼15일 독일을 방문해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 유럽 각국 국방부 장관들과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대서양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국제질서의 유지·강화를 위해 강한 결속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유럽 안보와 미·EU 협력에 초점을 맞춰온 뮌헨 안보회의에서 일본이 인도·태평양 안보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일본의 역할 확대와 함께 개헌·방위력 강화 논리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여당의 총선 압승과 함께 자위대 명기, 헌법 9조 개정 등 민감한 쟁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일본이 전후 체제의 근간인 평화헌법을 손볼지 여부가 향후 국내외 정치·외교 현안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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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