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10일 오전 현재 국제 금시세는 온스당 5064달러선을 기록하고 있다. 전일대비 소폭 내린 것이다. 지난 6일과 9일 연속 강세를 보인 후 숨고르기 중이다.
최근 중국의 고교 교사 로즈 톈(43) 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베이징의 주요 귀금속 시장을 찾았다. 진열대에는 금팔찌와 목걸이, 반지가 빼곡했고, 그는 여느 때처럼 자신과 친척 몫으로 살 금을 고르고 있었다. 수년간 수천달러어치의 금을 사 모아온 그는 최근 가격 급등과 급락에도 “금은 훌륭한 안전자산”이라며 매수를 멈추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금·은 광풍 뒤에 있는 중국의 아줌마(Auntie) 투자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톈 씨와 같은 중국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글로벌 금·은 시장 랠리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최근 금 가격의 큰 변동성을 언급하며 “중국에서 (시장) 상황이 좀 무질서해졌다”고 지적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투자자들이 사들인 골드바와 금화는 약 432t으로, 전년보다 28% 늘었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골드바·금화 구매량의 3분의 1에 근접하는 규모다. 사실상 전 세계 실물 금 투자 수요의 ‘1/3’을 중국 개인이 책임진 셈이다.
배경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중국 가계의 불안이 깔려 있다.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에 빠졌고, 주식 시장은 변동성이 크며, 은행 예금 금리는 낮다. WSJ는 “가치 보존 수단으로 금만 한 대안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모바일 금융 인프라는 이 같은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같은 앱에서는 커피를 주문하듯 금 ETF(상장지수펀드) 등 귀금속 상품을 매수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 금 ETF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고, 상하이선물거래소의 금 선물 거래량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물 시장의 열기는 더 뜨겁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의 금 시장과 보석상에는 골드바와 1g짜리 황금 ‘콩’을 사려는 인파가 줄을 잇고 있다. 중국 내 금·은은 이런 높은 수요 탓에 국제 기준가보다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거래되는 상황이다.
금·은 가격은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확대, 달러 약세 전망 등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 각각 60%, 150% 이상 치솟았다.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헤지(위험 분산) 수요가 몰리면서 귀금속이 대표적인 대체 투자처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랠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자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섰고, 금·은 가격은 하루 만에 급락했다. 이날 현물 금 가격은 약 9.0%, 은은 26.4%나 떨어졌다.
충격은 중국 투자자들에게도 직격탄이 됐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부추 베기를 당했다”는 성토가 잇따랐다. ‘부추 베기’는 잘라도 다시 자라는 부추처럼 개인 투자자의 돈만 반복적으로 ‘수확’당했다는 의미로, 한국의 ‘개미 학살’과 비슷한 표현이다. 일부 중국 은행들은 서둘러 귀금속 매수 관련 대출 한도를 줄이며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매수세가 완전히 꺾이지는 않은 모습이다. 베이징 대형 귀금속 상가인 톈야(天雅) 시장의 한 판매 담당자는 WSJ에 “최근 가격 급락 이후 골드바 매입이 오히려 늘었지만, 대다수 고객은 ‘조금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투자 전략을 조정하는 이들도 있다. 허난성에서 베이징을 찾은 30대 관광객은 “지금 금값은 너무 많이 올랐다”며 “수년 전 사둔 금을 작년 여름에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그와 주변 지인들이 새로 눈을 돌린 곳은 은(銀)이다. 그는 “현재 은을 사 모으고 있다. 가격이 떨어져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침체와 저금리, 증시에 대한 불신이 계속되는 한, 중국 ‘아줌마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귀금속 선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급등·급락이 반복되는 변동성 장세 속에서 이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또 한 번 ‘부추 베기’로 귀결될지, 아니면 장기적인 자산 방어 전략으로 자리 잡을지에 글로벌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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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