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고소를 취하해 주면 피해금부터 갚겠습니다.”
고소를 하고 수사가 진행되다 보면 피고소인 측에서 합의를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 피해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합의를 하려고 보면 ‘합의서’, ‘고소취소서’, ‘처벌불원서’가 무엇이 다른지부터 헷갈린다. 상대방이 먼저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때 가장 먼저 알아둘 것은 합의와 고소취소는 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합의는 당사자 사이에서 피해회복의 금액과 방법, 향후 권리관계 등을 정하는 것이다. 반면 고소취소는 이미 한 고소를 철회하는 형사절차상의 의사표시다. 「형사소송법」 제232조에 따르면 고소는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지만, 한번 고소를 취소하면 다시 고소할 수 없다.
따라서 “일단 고소를 취하해 주면 다음 주에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면 순서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특히 합의금이 아직 지급되지 않았는데 먼저 고소취소서를 제출했다가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합의금을 한꺼번에 받는 사건이라면 실제 지급 여부를 확인한 뒤 합의서와 고소취소서 또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분할 지급이라면 더 주의해야 한다. 총 지급액, 각 지급일과 금액, 지급 방법을 명확히 하고, 한 차례라도 지급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금액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까지 정해 두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고소취소서나 처벌불원서를 어느 시점에 제출할 것인지를 합의서에서 분명히 해야 한다.
‘처벌불원서’ 역시 고소취소서와는 다르다.
폭행죄 등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이른바 반의사불벌죄에서는 처벌불원의 법적 의미가 크다.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3항은 이러한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철회한 경우에도 다시 이를 번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면 사기죄와 같이 피해자의 고소나 처벌 의사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닌 경우에는 피해자가 합의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수사가 반드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피해회복과 피해자의 처벌 의사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다. 형법 역시 형을 정할 때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도록 하고 있다.
합의서에 들어가는 문구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특히 흔히 사용하는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주의해야 한다. 피해자는 단지 형사사건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생각했는데, 문구에 따라서는 남아 있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까지 정리하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에 관한 합의인지 범위를 명확하게 적는 것이 좋다. 이번 합의금이 피해원금의 변제인지, 손해배상까지 포함한 최종 합의금인지, 아직 남아 있는 민사상 청구가 있는지 등을 확인한 뒤 문구를 정해야 한다. 합의서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이름과 금액만 바꾸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피고소인 측이 작성해 온 서류 여러 장에 한꺼번에 서명하는 것도 피하는 편이 좋다. ‘합의서’라고 생각하고 서명했는데 그 안에 이미 고소취소나 처벌불원의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 무엇을 받는 대신 무엇을 포기하는 서류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형사합의의 목적은 단순히 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는 실제 피해를 회복해야 하고, 피고소인은 그에 상응하는 형사상 참작을 구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금액만큼 중요한 것이 조건과 순서다.
돈을 얼마 받기로 했는지만 확인하지 말고, 언제 지급받고 언제 어떤 서류를 제출할 것인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형사합의에서는 좋은 조건을 정하는 것만큼, 그 조건이 실제 이행되기 전에 무엇을 먼저 내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 네티즌 어워즈 투표하러 가기 ▶
★ 전 세계 팬덤의 결집, cbcglobe.com ▶
★ 돈돈돈, 남몰래 혼자 보는 – 돈 되는 뉴스 ▶
▮ CBC뉴스ㅣCBCNEWS 박지윤 담덕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