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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경전선 철길 따라 만난 추억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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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경전선 철길 따라 만난 추억의 밥상
  • 박은철 기자
  • 승인 2021.09.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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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CBC뉴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남도의 다리 경전선. 밀양에서 광주까지 철길 따라 만난 추억의 밥상. 완행열차에 올라 깊은 삶의 맛을 만난다. 

밀양 삼랑진, 경전선 승객을 위한 장어도시락 

낙동강과 밀양강, 바다가 만나는 오랜 교통의 요지, 밀양 삼랑진!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경전선도 바로 이곳에서 시작한다. 1905년 들어선 이래로 수많은 인파가 기차를 타기 위해 삼랑진을 오갔고. 증기 기관차에 물을 대던 낡은 급수탑이 남아 그 시절을 말해준다.  

밀양 삼랑진역에서 오래전부터 기차 승객들을 위한 도시락을 팔았다는 삼랑진 토박이 차영애 씨. 영애 씨가 팔았던 도시락은 일명 ‘꼼장어’라고 불리는 먹장어 도시락! 영애 씨는 삼랑진에서 부산 자갈치시장까지 장을 보러 다녔는데. 별다른 냉장시설이 없던 그 시절엔 객차 안에 얼음과 먹장어를 잔뜩 담은 대야를 직접 들고 탔단다.  

삼랑진에 돌아와서는 기차를 기다리다 찾아오는 이들에게 먹장어를 구워 파느라 바빴다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워낙 많아 공짜 선지 국수를 말아서 나눠주기도 했다고. 지금은 영애 씨의 딸, 정재순 씨 부부가 이어받아 먹장어구이를 팔고 있지만. 옛 연탄 구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그 시절을 기억하는 단골손님들이 각지에서 찾아온단다. 그 시절 흥겹게 북적였던 삼랑진역의 추억을 만나본다. 

보성 득량역과 금능마을 이야기 

1930년 문을 연 득량역은 인근 마을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삶과 문화의 통로였다. 득량역을 통해 학교에 다니고, 먼 장터에 다니며 물건을 팔고, 또 기차를 타고 온 사람들은 득량장으로 물건을 사러 왔다.  

지금은 하루 이용객이 훌쩍 줄어 한산해졌지만 여전히 득량역을 통해 병원과 장터에 가는 어르신들은 많다. 한때 수익성을 이유로 역이 사라질 뻔했을 땐 역 이용이 늘면 없애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마을 할머니들이 일부러 가까운 벌교장을 두고 부산까지 오가며 장을 봤었단다. 이곳 사람들에서 득량역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일화다. 

40여 년 전 득량역에서 기차를 타고 남광주시장, 순천장, 벌교장 등 주변 모든 오일장을 누비며 남편이 득량만에서 잡아온 생선을 팔았다는 임금자 씨를 만나봤다. 아이를 업고 숭어며 전어, 새우 대야를 이고 달려서 기차를 타던 시절. 그 기차를 놓치면 그날 생선은 모두 버려야했던 시절. 뻘에 발이 쑥쑥 빠지는데도 등에 업은 아이와 머리에 인 생선 대야를 지켜야했던 얘기만 나오면 금자 씨는 아직도 눈물이 난다고. 그 시절 미처 못팔았거나 팔기엔 약간 부족한 생선으로만 밥상을 차렸던 어머니를 위해 아들 이정동 씨가 가져온 물 좋은 생선들로 전어회무침과 전어구이, 병어조림을 만들어본다. 

광주송정역, 청춘의 추억

경전선의 종점인 광주송정역은 1913년 송정리역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이 역에 특별한 친구들이 모였다. 바로 송정리역에서 광주역까지 매일 기차로 통학했다는 오동근 씨와 정국모 씨 그리고 오명숙 씨. 그런데 오늘도 그 시절처럼 국모 씨가 지각인데! 국모 씨가 늦은 이유는 그 옛날 등굣길처럼 찐빵을 사오느라 그랬단다. 

아직도 남아있는 통근(통학)열차에 오른 그들이 오늘 향한 곳은 학교가 아니라 근처의 시장이다. 남광주시장은 새벽이면 전라도 일대에서 경전선을 타고 온 보따리 장수들이 집결하던 곳. 남광주시장엔 예나 지금이나 없는 것이 없다고. 명숙 씨는 다가오는 추석을 위해 서대와 양태를 샀다. 차례상과 밥상에 올릴 서대와 양태찜을 할 거라는데.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고향 집으로 돌아와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명숙 씨. 그런데 꼬막을 씻는 손에 재미난 것이 들려있다. 바로 수세미 열매로 만든 ‘진짜 수세미’! 깨끗이 씻은 꼬막을 삶으면서 명숙 씨가 말해주는 것은 모두가 요리 비법이다. 그러더니 꼬막무침을 하면서는 참외를 꺼내오고, 서대와 양태를 찔 때는 설탕을 꺼내들고, 그 유명한 송정리 떡갈비를 만들면서는 기름 먹인 한지를 꺼낸다. 이 모든 것이 명숙씨만의 특별한 비법이라는데. 요리 하나 만들 때마다 정성과 아이디어가 곱절로 들어가는 광주 송정역 밥상을 만나본다.

마산역 번개시장의 스타, 오두심 할머니

경전선의 역들은 인근 지역에서 모여든 농산물과 해산물들로 꼭 장이 서곤 했다. 마산역 번개시장은 여전히 명성을 지키고 있는 시장 중 하나다. 첫 기차 시간에 맞춰 열리고, 11시쯤의 오전 막차 시간이면 사라져버린다. 

이 시장엔 토요일마다 나타나는 유명인사 할머니가 있다. 97세 오두심 할머니가 바로 그분. 매주 토요일 두심 할머니가 장에 나오면 주위 상인들이 “할매 왔다!”며 반가워한다고. 

곱게 비녀 꽂아 쪽 진 머리의 두심 할머니는 여름내내 집 근처 저수지에서 채취해온 다슬기와 민물조개인 대칭이를 팔았는데. 추석을 앞둔 요즘엔 뒷산에서 주워온 햇밤도 추가됐단다. 두심 할머니가 장에 나와 번 돈은 손자 용돈으로 주거나 다시 식구들을 위한 장을 보는 데에 쓴다고.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두심 할머니를 따라가 본다. 두심 할머니 댁은 함안군 원북마을. 원북역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 두심 할머니는 근처 군북역을 통해 마산역 번개시장에 다닌다. 기차를 타러 플랫폼에 도착하면 꼭 어디선가 젊은이들이 나타나 기차에 짐을 올려준단다. 그 순간을 제외하고는 절대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두심 할머니. 혹여나 힘드실까 부축하는 손길쯤은 단호하게 뿌리치며 빠른 걸음으로 앞서 걷는 두심 할머니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이 마을에선 봄이면 병아리를 키우기 시작해서, 박이 익고 닭이 웬만큼 자란 이맘때면 닭박국을 해 먹었다고. 오늘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두심 할머니의 두 딸이 어머니에게 배운대로 닭박국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장에 내다 팔 것들을 농사짓느라 바빴던 두심 할머니는 배추 절일 시간도 없어 데쳐서 김치를 만들곤 했다는데. 그래서 여기엔 ‘벼락김치’라는 별명이 있단다. 두심 할머니의 재치가 빛나는 데친배추초피김치도 함께 맛본다.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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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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