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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니스
‘한국인의 밥상’ 뜨끈한 한 그릇, 속풀이 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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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뜨끈한 한 그릇, 속풀이 해장국
  • 박은철 기자
  • 승인 2021.12.3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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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CBC뉴스] 찬바람 부는 겨울의 문턱. 한 해의 끝, 고단한 몸과 마음을 풀어줄 속풀이 해장국. 뜨끈한 한 그릇으로 위로를 건넨다. 

칼칼한 강원도의 맛, 섭국을 아시나요~ -강원도 강릉 -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지역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해장음식이 발달해왔다. 해장국마다 저마다의 역사가 남다르고, 해장국을 보면 그 지역의 산물이 보일 정도로 방방곡곡이 해장 천국, 전국 어딜 가나 해장국이 대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에 접어들면서 해장 문화도 전국구 되어가는 추세나, 강원도의 섭국만은 다르다. 섭이 귀한 탓에 속초, 강릉 등 강원도 해안가의 토속음식으로 독특한 해장 문화를 형성해왔고, 지금도 섭국을 맛보려면 먼 길 나들이를 각오해야 한다. 섭은 토종 홍합을 일컫는 말이다. 큰 것은 어른 손바닥을 웃돌고, 남해안 등에서는 갯바위 등지에서 딸 수 있지만, 강원도 바닷가에서는 깊은 바다까지 잠수를 해야 한다. 강원도 사람들의 섭국 사랑은 절대적이다. 섭의 매력에 빠져 산업잠수부로 활동을 하다가, 섭을 캐는 어부가 됐다는 최영복(57)씨와 함께 섭의 세계로 떠나본다. 깊은 바다의 오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해장국의 어원은 속을 풀어주는 장국, 즉 된장으로 간을 맞춘 장국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강릉의 섭국은 고추장으로 끓인다. 고추장의 시원하고 칼칼한 맛에 밀가루를 더 해서 걸쭉하게 끓여내는 것이 강릉 섭국의 특징. 강릉 사람들의 고추장 사랑은 섭국만이 아니라 다른 음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칼국수도 고추장을 넣은 장칼국수를 즐기고, 심지어 추어탕에도 고추장을 넣는다. 칼칼한 맛의 선두 주자 하면 아귀술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빨 부위를 제외하고 버릴 것 없다는 아귀는 주당들의 해장 용도는 아니더라도 못생겨서 사료로나 쓰였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우울한 기분까지 날려준다는 이른바 ’먹는 즐거움‘의 선두주자. 속이 헛헛하다면 강릉의 겨울 바다를 만나보자. 숙취가 괴롭다는 섭국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요. 스트레스가 쌓였다면 아귀술찜이 답답한 속을 확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이 오면 더 그리운 고향의 맛, 명태밥상 – 경기도 가평 - 

경기도 가평에는 매년 이맘때면 명태를 말리는 이들이 있다. 이근길(52), 김도정(47)씨 부부가 그들인데, 강원도도 아닌 경기도에서 드문 풍경이지만, 여기에는 그럴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김도정 씨는 탈북민이다. 15년 전에 한국살이를 시작했는데, 한국에 와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고향에서 먹던 명태였단다. 매일 명태를 먹고 싶다는 생각에 도정 씨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명태를 말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의 덕장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다행히 남편의 고향은 가평은 겨울철 온도 차가 커서 명태를 말리기에도 적당했다. 그녀의 덕장은 탈북민들에게 일터이자 아지트이기도 하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고향에서 부르던 노래를 부르며 고향밥상을 나누는 것은 아직 타향살이가 낯선 탈북민들에게 크나큰 위로가 된다. 고향의 맛이 속풀이라는 탈북민들의 밥상을 만나본다.  

김도정씨 고향에서는 매년 이맘때 명태가 잡혔다. 바다 사정이 달라지면서 지금은 명태가 흔치 않지만 그녀의 어린 시절 풍경 속에는 지붕에 고드름처럼 매달려있던 명태가 한 장의 사진처럼 남아있다. 그녀가 기억하는 명태 밥상을 들여다보자. 가장 대표적인 것은 명태대가리순대다. 명태내장을 곱게 다져서 양념을 한 뒤 명태대가리에 채워 먹는 이 음식은 새해를 맞이하며 가족과 함께 나눴던 명절 음식. 명태살은 특별한 양념 없이 쪄낸 후에 실고추 등의 고명만을 얹는데 담백한 맛이 익숙해지면 밥도둑이 따로 없단다. 감자녹말가루로 면을 뽑는 농마국수는 우리가 즐기는 함흥냉면의 원조. 백반을 넣어서 면발이 찰지고 질긴 것이 특징인데, 북한에서는 명절 때 농마국수를 대접해야 잘 먹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단다. 육수는 꿩을 삶아서 준비한다. 손님에게 전하는 따스한 정성. 그 가운데는 온반도 빼놓을 수 없다. 온반은 밥 위에 녹두전을 올리고 그 위에 채소나 고기 고명을 올리는 음식을 말하는데, 탈북민들은 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서 전을 준비했다. 따스한 한 상을 나누는 탈북민들. 그들의 고향 이야기도 들어본다. 

우리는 언제부터 해장국을 먹었을까? - 경기도 양평 - 

우리는 언제부터 해장국을 먹었을까? 만일, 해장국의 원형이 국밥이라면 해장국은 장터를 중심으로 발달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조선 후기에 팔도의 시장이 무려 1천여 곳. 전국 어디서나 닷새마다 오일장이 섰고, 꼭두새벽부터 꽃단장하고 장 보러 나온 장꾼과 장사꾼들의 허기를 달래준 장터국밥이 지금의 해장국 문화로 이어졌으리라 추정하는데, 조선은 과음을 금하던 나라였으니, 당시에는 해장국이라는 단어 자체를 그리 흔하게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제강점기부터 본격화되리라 추정하는 해장 문화 가운데 하나로 전문가들은 효종갱을 손꼽는다. 효종갱은 ’새벽종이 울릴 때 먹는 국‘이라는 뜻으로 남한산성에서 한양 북촌의 양반가로 날랐던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음식. 밤새 끓여서 행여 식을까 솜으로 단지를 감싸서 날랐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하니, 그 맛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해장국의 역사를 요리 연구가 이경숙(61)씨 가족과 함께 재현해본다.  

조선 시대에는 ’국‘보다 건더기가 많을 때 ’갱‘이라는 표기했다. 효종갱이 그러하다. 효종갱은 사골국물에 된장 양념으로 무친 시래기를 넣고 끓여낸다. 여기에 전복, 해삼, 소갈비 등 몸에 좋다는 식자재를 다시 한번 듬뿍 넣어서 완성하는데, 어찌 그 맛이 좋지 않을 수 있으랴~ 한겨울 보양식으로도 나무랄 데가 없다. 예로부터 강변마을에는 해장떡 문화도 존재했다. 해장떡은 강변마을에 큰 나룻배가 왕래할 때 뱃사람들이 먹던 명물로 된장국에 인절미를 넣어서 허기를 달래주던 음식이다. 따끈한 차도 때로는 훌륭한 해장음식이 된다. 해남지방 양반가에서는 유자 철이 되면 유자 껍질에 대추, 밤, 석이버섯, 유자의 속살을 설탕과 버무린 후 유자 껍질에 쟁여두었다가 겨우내 따끈한 차로 즐겨왔다. 그 모양새가 단지와 비슷해서 유자단지라 불렀는데, 산뜻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일품. 음식은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속풀이가 된다. 이경숙씨와 함께 그 따스한 밥상을 함께 한다. 

홍 선장의 천연 피로회복제, 문어와 노래 한 가락 ~ - 강원도 동해 -  

문어는 자산어보에도 전복과 더불어 최고의 천연 피로회복제로 알려져 있다. 비늘이 없는 물고기 가운데 유일하게 제사상에 오르는 물고기이기도 하다. 강원도 동해에서도 제사상에 반드시 문어를 탕의 형태로 올린다. 동해의 문어는 남해의 돌문어와는 달리 돌 틈에서 잡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바다에서 끌어올린다. 그래서 크기가 남다르고 50kg 가까이 되는 대왕 문어도 있다. 8년 차 문어잡이 어부 홍현표(53)씨와 함께 문어도 잡고 문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어본다. 우리가 흔히 문어 머리라 여기는 부분은 실은 문어의 배다. 머리는 눈 주변에 동전만 한 크기로 작은데, 사람의 입장에서 문어를 보다 보니, 억울하게도 문어는 머리가 큰 녀석이 됐다. 문어 한 상과 함께 홍현표씨와 그의 아내 이학영(50)씨의 인생 이야기도 들어본다. 희로애락 인생의 풍랑을 겪어온 부부는 살만해지면서부터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위문 잔치를 정기적으로 해왔다. 정이 넘치는 문어 밥상. 문어 어부만 먹을 수 있다는 귀한 내장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본다.  

홍현표(53)씨, 이학영(50)씨 부부는 추운 겨울, 일하느라 수고한 서로를 위해 문어로 보양식 한 상을 차린다. 이학영(50)씨는 큰 문어에 비해 내장의 양이 적어 문어잡이만 먹을 수 있다는 문어 내장으로 뜨끈한 탕을 준비한다. 이 댁에서는 탕이나 국을 끓일 때는 문어 육수를 주로 사용한다. 문어의 감칠맛이 문어 육수만으로도 조미료가 필요 없을 정도. 문어 육수에 문어내장과 묵은지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깔끔한 맛이 매력인 묵은지문어내장탕이 완성된다. 이맘 때먹으면 제격이라는 양미리조림. 이학영(50)씨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바닷바람에 말려 쫄깃한 양미리에 양념을 더 해 자글자글 끓인다. 홍현표(53)씨, 이학영(50)씨 부부는 다시 고향으로 귀어했을 때 도와주신 어르신들을 위해 속풀이 한 상을 마련한다, 모이기 어려운 이 시기에, 같이 한 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속풀이가 되는 이곳에서 진정한 의미의 해장 밥상을 만나보자.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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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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