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철 기자] 경상남도 함양군의 북동쪽, 남덕유산 남쪽에 솟은 예사롭지 않은 바위산이 있다. 수려한 경관과 함께 삼국시대에 축조된 황석산성과 정유재란의 아픔을 간직한 피바위 등의 역사 유적이 있어 산림청 100대 명산에 선정된 황석산. 짧지만 쉽지 않은 너덜 길을 따라 능선을 오르다 보면 정상에서 첩첩이 겹쳐 보이는 산그리메가 최고의 조망을 선사한다. 한국의 역사를 지켜본 선산으로 박석신 한국화가와 염수희 산 소리꾼이 함께 떠난다.
여정은 대한민국 명승 제53호로 지정된 이름난 명승지, 거창 수승대에서 시작된다. 선인들이 풍류를 즐겼던 빼어난 자연 경관에 흥겨운 노랫가락과 장단이 절로 나온다. 널따란 화강암 암반 ‘수승대’는 ‘속세의 근심 걱정을 잊을 만큼 승경이 빼어난 곳’이라는 뜻이다. 본래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였던 이곳은 신라로 가는 백제 사신들과 송별하는 곳이라는 뜻으로 ‘수송대(愁送臺)’라 불리다가, 퇴계 이황이 이곳의 풍경을 예찬하는 시를 한 수 읊은 뒤부터 ‘수승대(搜勝臺)’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이어서 용추사 일주문을 지나 용추계곡과 용추폭포에 닿는다. 장쾌한 물소리가 가슴까지 시원하게 적셔준다. 용추폭포에는 용이 되기 위해 108일 동안 금식 기도를 하던 이무기가 108일을 하루 앞둔 날 용이 된다는 기쁨에 하늘로 치솟아 천둥 벼락을 맞고 인근의 위천면 서대기못에 떨어지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지금도 용트림을 하듯 힘이 넘치고 아름다운 폭포의 전경에 일행은 감탄을 쏟아낸다. 걸음은 차분한 목탁 소리와 단청의 고운 색감이 천년 사찰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게 하는 용추사로 이어진다. 산행을 앞둔 마음을 경건히 다잡는다.
사방댐을 들머리로 황석산 등산을 시작하는 일행. 눈으로 덮인 은빛 숲은 눈이 멀듯 아름답다. 하지만 그만큼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기 쉬워 특별히 주의하며 산행해야 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행을 이어가던 중 마주한 거대한 기암괴석과 암릉. 미끄럽지만 조심스럽게 그 위를 오르니, 산행의 재미가 두 배로 느껴진다. 산을 오르다 눈을 들면 건너편 산의 능선이 비쳐 보인다. 겨울 산행의 묘미 중 하나는 산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음이 아닐까.
계속해서 산을 오르다 보니 닿은 황석산성. 황석산은 예로부터 가파르고 바위가 많아 천연 요새로 사용됐다. 황석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황석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되어 조선 전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증축과 보수를 반복하며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외세의 침입을 막아줬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엔 왜군에 대항하던 마을 사람들과 군사들이 모두 몰살되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이때 살아남은 여성들이 정절을 지키기 위해 피바위에 몸을 던졌다는 옛이야기가 지금까지도 전해진다. 그 억울한 넋을 위로하고 황석산에 깃든 옛 삶을 돌아보러 '영상앨범 산'과 함께 떠난다. 4일 오전 7시 10분 KBS 2TV 방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