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 ‘사랑의 이해’ 대사와 장면 속에 숨겨놓은 디테일을 짚어봤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그리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부르고 있는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 이현정, 연출 조영민, 제작 SLL)가 원작 소설에는 없었던 새로운 장치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찰나의 순간 지나치는 장면에도 세세한 설정을 추가해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 이에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로운 ‘사랑의 이해’ 속 디테일을 짚어봤다.
#. 네 캐릭터의 대사로 보는 숫자의 이해
하상수(유연석 분), 안수영(문가영 분), 박미경(금새록 분), 정종현(정가람 분)의 감정을 보여주는 가장 큰 요소는 이들의 대사 속에 등장하는 숫자다. 과거 1층 집에 살던 하상수는 더 이상 내려가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노력 끝에 이제야 1을 채운 사람이다. 99를 가진 박미경은 하상수에게 그가 가진 전부와 같은 1을 달라며 100을 맞추려고 하지만 결국 가지지 못한 1로 99마저 흔들리고 있다.
반면 안수영은 자신의 인생이 같은 곳만 빙글빙글 도는 0과 같다고 여겼지만, 정종현은 자신이 0조차 될 수 없는 마이너스라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네 인물은 자신의 감정과 현실을 숫자로 묘사하며 이해를 돕고 있다.
#. 하상수와 안수영의 관계를 의미하는 달력, 그림
특히 하상수와 안수영의 관계를 의미하는 요소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하상수의 벽에 걸려 있는 2021년 달력은 ‘두 배로 평범해지라’며 안수영이 건네준 것으로 시간이 지나도 이를 걸고 있던 하상수는 안수영이 정종현과 사귄다는 소식을 듣고 달력을 떼어낸다. 그러나 벽에 고스란히 남은 흔적은 안수영을 향한 하상수의 감정도 여전히 남아 있음을 짐작게 했다.
안수영에게 하상수는 가지려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끔 올려다보던,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었던 그림과 같았다. 그런 그림을 박미경은 단번에 차지할 뿐만 아니라 대수롭지 않게 화장실에 전시했다. 안수영은 박미경의 연인이 된 하상수를 보면서도 사그러들지 않는 마음에 절망하며 벽에 걸어두려던 터프팅 작품을 그녀가 하던 대로 현관 발판으로 사용했다.
한편, 현실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하상수의 마음은 마음이 가는 상대인 ‘정(情)은’과 머리로 정답인 걸 아는 ‘지(知)은’ 사이에서 고민하는 양석현의 상황으로 암시하고 있다. 결국 양석현은 조건에 맞는 상대인 지은과 결혼하게 된 가운데 과연 하상수는 마음이 향하는 곳과 머리로 생각하는 곳 중 어느 방향으로 가게 될지 궁금해진다.
#. 네 남녀의 계급을 나타내는 커피, 행동, 대우
그런가 하면 ‘사랑의 이해’는 사회에 만연한 계급론을 보여주는 소재를 곳곳에 배치해 네 남녀의 상황에 현실감을 더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물관계도 속 하상수, 안수영, 박미경, 정종현의 계급을 커피에 비유하는 섬세한 대본이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터.
이와 함께 같은 행동을 했음에도 다른 대우를 받는 하상수와 안수영의 모습도 이들의 계급 차이를 보여줬다. 지점장과 접대를 갈 때도 하상수는 라운딩을, 안수영은 술자리에 나갔고 상품의 안내를 권하려던 안수영은 “당돌하다”는 평을, 하상수는 “잘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는 은행 내에서도 은은하게 깔려 있는 계급 의식을 체감케 했다.
한편, ‘사랑의 이해’는 25일 밤 10시 30분에 11회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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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이기호 기자 press@cb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