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기자] '한자의 풍경'은 한자를 중국이라는 시공간에 국한하지 않고 좀 더 넓은 세상에 내놓으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 책은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를 설립한 이승훈 교수가 10여 년 동안 전공 및 교양 수업에서 강의한 내용과 학생들과의 소통을 종합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학생들과 함께 중국학 위키백과를 구축하고 매해 업데이트해왔는데, 검증된 중국 관련 정보를 대중이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저자는 이런 열망을 '한자의 풍경'으로 옮겨와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중국의 방대한 역사와 그 위에 수놓인 문자사를 써 내려간다.
본지와 사계절출판사가 '한자의 풍경' 저자 이승훈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평소 ‘한자’ 하면, 소수 전문가의 연구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자의 풍경'으로 포기, 결핍, 추천, 법 등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단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아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지금, 왜 우리에게 한자 이야기가 필요할까요? 무려 원시 한자와 갑골문까지요?
대학에서 한자 관련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점은 요즘 학생들에게 한자는 점점 낯선 이국의 문자가 되어간다는 점입니다. 한자를 모르더라도 생활하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공들여 배우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로 갈수록 한자에 대한 절실함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반드시 우려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 말과 글로 사유하고 표현할 수 있는 지적 환경이 완성되었다는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동안 우리 문자 생활의 중심에 있던 한자는 전문가들의 연구 대상으로 좁혀지고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한자는 우리와 무관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우리가 추상적이고 복잡한 사유를 하는 데 사용하는 개념어들이 대부분 한자어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마냥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한자는 어쩌면 서양 사회의 라틴어의 위상과 비슷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르더라도 생활에 불편은 없지만, 서구적 사유의 근원을 이루는 개념들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동양 고전에서 비롯한 한자어 개념어들은 우리의 한학 전통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거나 옛날 분위기를 풍기는 것들이 적지 않지요. 큰맘 먹고 고전을 읽어보려고 해도 마주치는 낯선 단어들에서 부담을 느끼면서 몇 장 넘기지 못하고 그냥 서가에 꽂아두게 됩니다. 고전이란 현재 나의 삶에 유효한 질문과 답을 주기 때문에 생명력을 갖는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먼지만 쌓여 외면받던 동양 고전을 우리 삶으로 다시 불러오려면 먼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단어로 쉽게 풀어주어야 합니다. 공자는 높은 수준의 추상적인 담론을 쉬운 이야기로 풀어낸 사람이었습니다. 다만 제자들이 그의 재미난 이야기를 문자로 다 담아내지 못했을 뿐입니다. 맹자는 진리는 간략하고 쉬운 말 속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은 쉽고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복잡한 개념으로 굳어지면서 어렵고 재미도 없어졌습니다.
2천 년 전 사상가들이 남긴 치열한 고민을 현대에 유효한 것으로 쉽게 알아듣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의 단어로 다시 풀어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자 단어의 의미 하나하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단어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맥락에서 조합된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한자의 풍경'에서는 한자가 만들어질 당시의 생생한 현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글자를 처음 만든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사물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형태를 찾아낼지, 생동감 있는 개념을 구성할지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한자에 좀 더 편한 마음을 갖게 될지 모릅니다. 이런 친숙함은 호기심을 낳고 이것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낼 과학적 분석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 한자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왠지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Q. 중국 역사 위에 한자의 발전사를 체계적으로 펼쳐놓으셨습니다. 여기에 한자학계의 연구 결과를 충실히 다루면서도 인접 학문을 유려하게 넘나듭니다. 깊은데 또한 쉽지요. 중국 고전뿐 아니라 뇌 과학의 문자 상자 이론, 룬문자와의 비교, 서구 철학에서의 이중 세계론, 몬드리안과 칸딘스키의 논쟁까지 나옵니다. 한자 하나를 이야기할 때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교양을 함께 다룬 연유가 있으신지요?
18세기 말 독일에서는 목재로서 가치가 있는 나무를 생산하기 위해 숲의 나무들을 벌채하고 단일 수종만 가지런하게 심었습니다. 이런 인공 조림에서는 한동안 우수한 통나무가 생산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한 가지 수종으로만 가득 찬 숲은 특정 해충의 표적이 되면 초토화되기 일쑤였고, 비슷한 나이의 나무들은 폭풍우가 치면 한꺼번에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나무들이 자라는 것도 예전 같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나무들은 과거 혼합림이 축적해놓은 토양의 자산에서 잘 자랐던 것입니다.
한자학 분야에서 연구자들이 축적해놓은 성과는 대단합니다. 그들은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가 많은 사실들을 발견해놓았습니다. 이제는 이런 성과들을 좀 더 비옥한 토양에서 잘 자라게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서양 문명 가릴 것 없이 인류의 보편적인 문명사의 흐름 위에 한자의 역사를 겹쳐 보면 그동안 세부적인 차이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던 문자로서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자의 기원에서 풀리지 않았던 근원적인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최신 뇌 과학의 성과가 길을 밝혀주기도 합니다. 그림문자에서 시작된 한자의 유전자에는 현대 회화의 거장들이 던진 문제의 화두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뼈와 돌과 금속에 관한 과학적 지식은 의외로 그동안 풀지 못했던 한자의 특징을 쉽게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한자의 풍경'은 기존 연구자들이 잘 가꾸어놓은 연구의 토양 사이에 조금씩 다른 곳에서 자란 지식의 묘목들을 심어놓은 활력이 넘치는 한자의 숲이기도 합니다.
Q. 갑골문 그림문자를 볼 때 ‘뜻을 담아 이렇게 한 글자씩 창조해갔구나’ 하고 경탄하면서도, 당시 사람들이 주술적 목적을 담아 뼈에 글자를 새겼을 장면을 상상하면, 문자에 깃든 신성함 덕분에 숙연해집니다. 선생님께서는 특별히 좋아하는 글자가 있으신지요?
사슴의 뿔을 형상화한 아름다울 려(麗) 자입니다. 사슴의 두 뿔은 똑같이 생기지 않았지만 멀리서 보면 서로 균형을 이루며 절묘하게 대칭을 이룹니다. 대칭은 중국 문화에서 아주 중요한 미학적 장치입니다. 중국의 언어와 문학에서 대칭이 갖는 가치는 제가 주로 연구했던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글자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중국어의 단어는 대부분 2음절 단어와 4음절 고사성어로 구성됩니다. 언어학자들도 이렇게 짝수가 선호되는 이유를 밝히려 했지만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는 못합니다. 중국시는 5음절과 7음절로 구성됩니다. 이것은 2와 4로 끊어지는 맥락 사이에 주로 한 글자로 구성된 문법 요소 하나를 끼워 넣어 절묘한 악센트를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아래 구절은 또다시 대칭을 이루며 생동감 있는 변주를 보여줍니다. 모두 대칭의 미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외톨이로 남는 홀수는 불안정하고 생각해 생활에서도 기피합니다.
이렇게 멋진 글자가 획수가 많아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현대 중국어 간체자에서는 ‘丽’ 자로 간략화되었습니다. 사슴의 두 뿔만 남겼지요. 세월이 돌고 돌아 다시 글자의 기원을 찾아간 것입니다. 麗 자에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형태에서 찾아낸 원시 한자 발명자의 창의적인 상상력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또한 이 글자에는 한자의 발전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등장하며 타협하기 어려운 두 가지 욕망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생생한 형태를 보존하려는 예술성과 획수를 간소화하려는 실용성의 대립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자는 아름답습니다.
Q. 한자와 관련하여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새롭게 밝혀진 역사적 사실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 책에는 기존 연구자들이 발굴해놓은 사실들 가운데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제가 발견하여 새롭게 엮어낸 것이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연한 것이 꼭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계절을 4개로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대 한자에서 계절을 나타내는 글자 가운데 춘(春)과 추(秋)만 먼저 생겨났다는 사실은 문자학자들이 오래전에 밝혀낸 것입니다. 고대인들은 왜 새로운 계절을 구분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그 당시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 이유를 상상해보았습니다. 문자가 생겨날 즈음 시간의 변화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모습이란 다름 아닌 농사와 관련된 자연의 변화였겠지요. 그래서 1년을 나타내는 년(年) 자의 갑골문은 벼 이삭을 등에 진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씨를 뿌려야 하는 춘(春)과 곡식을 수확하는 추(秋)만큼 시간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글자는 없었을 것입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8월은 단지 많이 더운 봄이었기에 견딜 만했고, 살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과 함께 찾아온 12월은 많이 추운 가을에 불과하기에 조금만 참으면 봄이 오리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나중에 여름과 겨울을 나타내는 글자가 생겨나면서 오히려 사람들은 더위와 추위라는 새로운 범주에 갇혀 인내력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달을 나타내는 월(月) 자는 약간 찌그러진 초승달 모양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왜 그런지 생각해본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원이나 반원 형태는 한 달에 딱 두 번만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찌그러진 모습은 거의 한 달 내내 볼 수 있습니다. 달은 대부분 시간 동안 불완전한 모습으로 우리를 비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글자를 만든 사람들은 달이 구체라는 과학적 사실에는 별 관심이 없고, 이처럼 찌그러지고 초라한 모습이지만 늘 우리를 비춰준다는 경험에 주목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이미 알려진 글자에 관한 당연한 사실을 뒤집어보는 것이 제가 이 책에서 처음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수사학을 전공하셨습니다. 얼핏 한자의 역사와 기원과는 무관해 보이는데요, 어떻게 처음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수사학이란 인간이 자신의 의사를 보다 멋지고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같은 의미를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체계화했지요. 문자가 없던 시절에는 주로 말과 몸짓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화술에 의존했습니다. 문자가 생각을 기록하는 주요 수단이 되면서 수사학은 문자의 조합 기술로 변화합니다. 하지만 화술에서 사용되었던 기법들은 문자 기록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모든 문명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문학 형식이 시였다는 사실은 이런 배경에서 설명됩니다. 일정한 숫자의 글자로 구성되고, 동일한 발음의 각운이 단락을 알려주며, 중요한 구절을 후렴구로 반복해주는 것은 문자가 없던 시절의 화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문자가 의사소통의 주요 수단으로 정착되는 기축 시대에 수사학은 본격적인 학문으로 체계화됩니다. 하지만 당시 일부 지식인은 문자가 오히려 화술을 통한 생생한 의사소통을 제한한다면서 노골적으로 문자 부정론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한자의 역사에서도 비슷한 한자 부정론이 등장하는데 맥락은 비슷합니다. 문자는 말이 가지는 현장성과 생동감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지요.
한자의 역사에서도 수사학의 단서들은 자주 등장합니다. 한자는 하나의 사물에 하나의 글자가 대응하는 표의기호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렇다고 글자를 무한정 만들 수는 없었기에 한정된 글자로 다양한 의미를 표현해야 했습니다. 특히 문법적 의미를 나타내는 한자는 ‘무언가 더 좋은 것으로 원래의 것을 대신한다’는 수사학의 원리를 활용해야만 했습니다.
원래 갑골문에서 밥을 먹으려고 밥그릇을 마주한 사람의 모습을 나타낸 글자였던 즉(卽) 자는 ‘곧 어떤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미래 시제로만 사용됩니다. 한편 밥을 다 먹고 고개를 돌린 사람의 모습인 기(旣) 자는 ‘이미 어떤 것이 완료되었다’는 문법소로만 사용됩니다. 밥그릇과 사람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 이 글자들은 원래 밥 먹는 현장이라는 구체적 모습을 나타냈지만, 나중에는 각각 미래와 완료를 나타내는 추상적 의미로 멋지게 변신했습니다. 한자에 숨겨진 이런 수사학적 장치들을 잘 보여준다면 卽 자와 旣 자와 같이 고급 한자능력시험에나 나올 법한 어려운 글자도 매력 있게 보일지 모릅니다.
Q. 중국학 위키백과(SinoWiki)를 구축하셨습니다. 이 사이트의 의의와 만드시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요?
인터넷 공간에는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납니다. 이것들이 검색이라는 편리한 수단을 통해 유통되면서 어느 순간 진리로 확정되고 상식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요. 중국학 위키백과는 대학의 전공 수업을 통해 검증된 중국 관련 정보를 우리 사회에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8년의 세월 동안 공들여 정리한 양질의 자료가 꽤 많습니다. 특히 저희 위키백과 가운데 한자어원문화사전은 매해 수업을 통해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있어 다양한 곳에서 이용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몇몇 표제어는 검색 결과 최상단에 노출되고 있고요. 우리 사회에 정확한 중국학 관련 정보를 대중들이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Q. '한자의 풍경'은 선생님의 첫 책입니다. 초고에 비해 분량이 퍽 줄었습니다. 퇴고를 요청드릴 때 남겼던 메모 기억하시는지요? “재밌지만 또 다른 책을 위해 아껴두세요”라고 했지요. 그만큼 만드는 동안 선생님의 저작 활동은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책을 내고자 하시는지요?
‘개념의 기원으로 보는 중국 고전의 풍경’이라는 가제로 원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국 고전 속 이야기들을 지금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진 개념어를 중심으로 재배열하여 우리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중국 고전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살아 있는 미래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주변 학문의 방법론이나 연구 결과를 활용하여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한자의 풍경 제2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풍경이란 인간의 외부에 존재하는 자연환경 모두를 지칭하지 않습니다. 대신 창이나 사진기의 렌즈와 같은 특정한 프레임 속에 갇힌 자연의 일부를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부 풍경만을 보고도 자연 전체를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창밖의 풍경만으로도 그날의 날씨를 알 수 있듯이요.
지금 쓰고 있는 책은 중국 고대 사상가들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종합 정리한 것이 아니라 몇 가지 단편적인 풍경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밝게 빛나는 생각의 편린들을 통해 오히려 당대 사람들이 고민했던 핵심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차가 발명되면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본 어떤 사람은 뭉개진 윤곽과 색채를 통해 인상파라는 독특한 회화 스타일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인상파 화가들이 재현해놓은 풍경을 실물 사진과 대조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 비교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바라본 독특한 풍경을 또 하나의 예술적 현실로 인정합니다.
소개하려는 사상가의 몇 가지 이야기가 드러내는 인상적 장면들 역시 또 하나의 풍경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시대 실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고, 그 사상가가 생각했던 아주 작은 단편만을 보여주더라도 그 작은 풍경이 환기시키는 창을 통해 우리 삶의 문제들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해줄 것입니다.
[본 인터뷰는 CBC뉴스와 사계절출판사가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존댓말로 인터뷰 기사를 작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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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김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