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미국·이란 전쟁 발발 나흘 뒤인 지난 3월 4일 국내 정유사 한 곳의 가격결정부서 내부 메신저에서는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라는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 벌 듯"이라고도 주고받았다.
같은 날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천800원을 넘어섰고, 유가 추가 상승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주유소로 몰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검찰은 당시 유가 급등이 단순히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 수사 결과 정유4사가 가격 정보를 공유하며 공급가격을 일제히 끌어올렸고, 전량구매계약을 기반으로 한 불공정 유통구조를 이용해 가격 경쟁을 차단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 같은 담합 관행이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경제 위기를 계기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수사 결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가격 정보를 교환한 뒤 공급가격을 인상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이를 반영해 같은 방향으로 가격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전쟁 발발 6일 기준 정유사가 주유소에 통보한 공급가격은 평균 40% 가까이 급등했으며, 휘발유는 약 12%, 경유는 28%, 등유는 약 80%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당시 정유사들이 상당량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었던 만큼 이처럼 급격한 가격 인상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국제가격 반영까지 일정한 시차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전쟁 직후 첫 영업일부터 4개사가 거의 동시에 같은 폭으로 가격을 올린 점에 주목했다.
검찰은 가격 담합의 배경으로 전량구매계약 구조를 지목했다. 자영주유소는 정유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공급가격으로만 제품을 구매해야 했고, 다른 공급처를 선택하기도 어려웠다. 반면 정유사들은 경쟁 없이 원하는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수사에서는 정유사들의 담합이 미국·이란 전쟁 이전인 2024년 7월부터 이어져 왔다는 점도 확인됐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간 직접 담합 규모를 14조2천억원으로, 정유4사의 가격 인상 효과까지 포함한 전체 담합 효과는 약 2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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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