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사법부의 이견이 장기간 이어지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법관 후보 인선 논의는 지난 1월 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민기, 박순영, 손봉기, 윤성식 등 4명을 추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대법원과 청와대는 각각 손봉기, 윤성식 후보와 김민기, 박순영 후보를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대법원은 손봉기 부장판사를, 청와대는 김민기 고법판사를 최종 후보로 요구하며 협의가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김민기 후보의 배우자가 현 정부 임명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태악 전 대법관은 지난 3월 후임 없이 퇴임했고, 대법관 공백이 반년 가까이 지속됐다. 이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청와대와 합의 없이 손봉기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열흘 만에 손봉기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고, 후보추천위에서 추천된 나머지 3명 중 1명을 다시 제청하라고 요청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다시 후보를 추천받는 방안이 거론됐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이달 22일 재제청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기존 후보 중 재제청이나 새 후보추천위 구성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에 손봉기 후보자를 임명할 수 없는 이유와 재제청 요청의 헌법적 근거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손 후보자 임명 거부 사유에 대해 구체적 설명 없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와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 인권 보호와의 부합 여부에 의문을 표했다.
헌법은 대법관 임명 절차에서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 동의, 대통령 임명만을 명시하고 있어, 재제청 요구의 헌법적 근거가 쟁점이 되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를 대통령이 국회 동의도 없이 거부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지만 합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하며, 남은 후보 중 제청을 요구하는 것은 제청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행적으로 사법부와 행정부가 협의로 인선을 진행해왔으나, 이번 사안에서는 양측 모두 헌법상 명문 규정의 공백을 근거로 각자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이 갈등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법조계에서 제기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식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직후,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에 맞춰 재제청 거부 입장을 발표한 시점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부 판사는 법리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정무적으로는 적절치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다른 법관은 청와대에 책임을 넘기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인사는 양측이 책임 공방을 이어가면 대법관 공백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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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심우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