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철 기자] 헬기를 타고 해발 2,700m 태즈먼 새들(Tasman Saddle)에 내려선 일행.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신비한 풍광을 바라보며 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눈부신 설산은 우리를 황홀하게 하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두터운 눈에 덮여 끝을 알 수 없는 절벽 지형, 빙하가 갈라진 거대한 크레바스를 피해 서로의 몸을 로프로 묶고 길에 오른다. 뉴질랜드의 아찔하도록 아름다운 설국으로 산림교육전문가 이상은 씨와 기업인 김태훈 씨가 마지막 여정을 떠난다.
여정은 빙하 트레킹으로 이어진다. 아오라키 마운트 쿡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48m)를 최초로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전 등반 연습을 했던 곳이다. 에베레스트와 아오라키 마운트 쿡의 바위 질과 빙하로 덮인 산세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빙하를 걸으며 경탄에 빠져본다. 아오라키 마운트 쿡에 형성된 빙하 대부분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형성되었다. 눈이 반복적으로 쌓이고, 녹고, 뭉쳐서 오랜 시간 엄청난 압력을 받아서 만들어진 빙하.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빚어낸 빙하는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 아름답다.
빙하 길을 따라 오르며 자연적으로 형성된 빙하 동굴 안에 들어선다. 빙하는 돌처럼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천연 동굴은 아주 딴딴하고 매끄러운 속살을 갖고 있다. 얼음도끼로 바닥을 깨고, 크램폰을 신은 발로 조심조심 내딛자 햇빛이 투과해 푸르게 빛나는 빙벽을 마주한다. 생경한 그 풍경을 마주하니 탄성이 절로 나오는 일행. 단단한 빙질만큼 단단히 시간을 쌓아왔을 빙하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느낀다.
빙하 동굴을 나와 트레킹을 이어가는 일행. 아오라키 마운트 쿡 국립공원은 체력과 취향, 여러 여건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 설산을 조망하고 내려갈 수도 있고 설원이나 빙하 위를 걷거나, 전문 산악인의 경우 설산이나 빙벽을 등반할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그 아름다운 품을 내어주는 아오라키 마운트 쿡. 하지만 경이로운 만큼, 한편으론 두려운 존재가 대자연이다. 갑자기 구름이 몰려들고 돌풍이 불기 시작한다.
켈만 산장으로 돌아와 바람이 잠잠해지길 기다려 보지만 산장 외부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기도 힘들 만큼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진다. 뉴질랜드는 여름에도 하루 동안 몇 번씩 기상이 바뀌고, 게다가 3,000m 가까운 설산에서의 날씨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튿날, 다행히 날이 개고 일행은 마운트 에일머(Mount Aylmer)로 향한다. 크레바스를 피해 서로를 의지하며 걷다 보면 뉴질랜드의 최고봉 아오라키 마운트 쿡이 장엄한 자태로 굽어보고 있다. 현실의 경계를 넘어선 듯한 눈의 왕국을 걸어 마침내 도착한 에일머 콜. 그 순간만의 세상 유일한 풍경을 만나러 '영상앨범 산'과 함께 떠나본다. 21일 오전 7시 10분 KBS 2TV 방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