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문어는 자연에서 그 어떤 동물보다도 헌신적인 부모로 꼽힌다. 그들의 삶은 일생 단 한 번의 출산으로 끝이 나는데, 알을 낳고 나서부터가 진정한 시험이다. 어미 문어는 알을 깨끗한 물로 끊임없이 씻어주며, 알들이 숨 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돌본다. 이 과정에서 어미는 먹이를 찾기 위해 자리를 뜨지 못하며, 결국 몸에 저장된 에너지만으로 버텨야 한다. 문어의 이와 같은 헌신은 감동적이지만 동시에 슬프다. 특히 자줏빛 문어는 무려 53개월 동안 먹이를 거부하며 알을 돌본다. 알들이 부화하면 어미는 곧 죽음을 맞이한다.
이와 같은 자연의 헌신적인 삶은 사람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과학저널리스트 사브리나 임블러는 신간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를 통해 자연 속의 이런 동물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삶과 연결시킨다. 그녀는 이민자로서, 그리고 성소수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겪은 정체성의 혼란과 성장 과정을 어미 문어의 헌신과 대비시킨다.
임블러의 어머니는 중국인 이민자로서 백인 사회에 동화되길 바랐고, 딸에게도 주류의 삶을 기대했다. 그러나 임블러는 혼혈로서, 성소수자로서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날씬하고 백인 같기를 바랐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머니도 그런 것들을 그만 원한다면 좋을 텐데..."라는 임블러의 말은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절감하게 한다.
책은 자연 속 생명들의 독특한 생존 방식과 인간의 정체성 찾기를 엮어낸다. 문어의 헌신적인 모성, 철갑상어의 긴 여정, 금붕어의 자유로운 변화를 통해 임블러는 자신이 겪어온 삶의 압박과 그 속에서의 자아 발견을 드러낸다. "압력은 게를 짓누르지 않고, 어둠은 게를 숨 막히게 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은 인간이 가진 고유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자연의 희생과 인간의 삶이 맞닿아 있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와 자신만의 길을 찾는 여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임블러의 이야기와 자연의 생명들이 주는 교훈은, 결국 모든 생명은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일깨운다.
★ 네티즌 어워즈 투표하러 가기 ▶
★ 실시간 뉴스속보 - CBC뉴스 텔레그램 ▶
★ CBC뉴스 - gonewsi로 전 세계 타전 ▶
▮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