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경상수지가 497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이 7월 한 달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전체 흑자(493억7000만달러)를 이미 넘어선 수치이며, 7~8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의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7월 3일부터 8월 5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649억4500만달러에서 694억2100만달러로 44억7600만달러 늘었다. 같은 기간 기업 달러예금은 529억1700만달러에서 566억4200만달러로 7.03% 증가했고, 개인 달러예금도 120억2800만달러에서 127억7900만달러로 6.24% 상승했다.
달러예금 증가세는 8월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6월 말 641억4700만달러였던 전체 달러예금 잔액은 7월 말 671억8300만달러로 한 달간 30억3600만달러 늘었고, 8월 첫 3영업일 동안에만 22억3800만달러가 증가해 지난달 한 달 증가분의 73.7%에 달했다. 현재와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8월 말에는 잔액이 전월 대비 149억2000만달러 늘어난 821억3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의 달러예금이 늘어난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자리한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많아진 상황에서 환율 하락이 이어지자, 기업들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기보다 보유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자금의 국내 유입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점도 기업의 달러 보유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환율이 낮아지면서 달러를 원화로 바꿀 유인이 줄었고, 환율 안정으로 정부의 기업 대상 달러 환전 유도 압박도 완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달 1일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은 1548.4원에서 7월 말 1441.1원으로 107.3원 하락했다. 8월 5일에는 1428.2원까지 내려가 한 달 새 120원가량 떨어진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 하락으로 정부의 기업 대상 달러 환전 압력이 약해졌고, 이에 따라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예금으로 쌓아두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향후 환율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기업의 달러예금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SK하이닉스 ADR 국내 유입이 이달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환율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에 따라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 환율이 다시 오를 수 있어 기업들이 미리 달러를 쌓아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 달러예금 역시 환율 하락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 주식 투자, 해외여행, 해외 직접구매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리 달러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코스피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약화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도 시장 예상보다 낮아져, 해외 투자나 여행 준비를 위해 달러로 환전하려는 개인 수요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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