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지만, 대미 통상 환경이 단기간에 크게 달라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호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해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고율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지난해와 유사한 통상 압박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도 각각 25%의 관세를 적용했다. 이후 한국이 3천500억달러(약 50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자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관련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부터 관세 인하를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11월 1일 자로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했다.
당시 협상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은 자동차 품목 관세였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이미 15% 수준으로 관세를 낮춘 상황에서 한국만 고율 관세를 유지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비중이 높고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지난해 협상에서는 상호관세보다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압박이 더 크게 작용했다”며 “대규모 투자 약속 역시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번 판결은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에 제동을 건 것이지만, 행정부의 다른 관세 부과 권한까지 제한한 것은 아니다.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122조, 관세법 338조 등 대체 수단이 거론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최근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불리하게 판결하더라도 다른 도구를 활용해 관세 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상호관세가 사라진 자리를 메우기 위해 더 강력한 대체 관세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미 조사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품목 관세들이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지렛대로 신속한 대미 투자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일본이 첫 투자 프로젝트를 조기에 확정한 점 역시 한국의 협상 여지를 좁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미국의 압박 강도가 일부 완화될 수는 있지만, 이미 합의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재협상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번 판결로 국내 기업들이 그간 납부한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길은 열렸다. 다만 실제 환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관세 환급은 실제 납부 주체를 입증해야 하며, 거래 구조에 따라 수출자나 수입자가 부담했을 가능성도 있어 절차가 복잡하다. 환급 기준과 절차는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마련하게 된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연구실장은 이미 다수 기업이 CBP를 상대로 선제적 소송에 나섰다며, 기업별 소송을 통한 환급 가능성을 언급했다. 관세 환급 소송은 코스트코가 지난해 12월 처음 제기한 이후 확산돼 현재 1천여 개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후속 조치를 예의주시하며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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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





